[비만약 전쟁] 올해 가장 많은 수익 기대감↑··· K-바이오도 참전

2024-02-01 07:00
바이오산업 핵심 키워드 '비만 치료제'
"비만 치료제 호황, 유통·패션에도 영향" 전망

왼쪽부터 노보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삭센다'와 '위고비',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 [사진=각사]
 
올해 가장 많은 신규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1·2위 기업은 비만약을 보유한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가 꼽힌다. 이처럼 비만 시장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가운데, K-바이오도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다.

한국형 비만치료제 개발에 가장 앞선 제약사는 한미약품이다. 회사는 이달 초 국내 성인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 3상에서 첫 환자 등록을 마쳤다. 작년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3상 계획을 승인받은 뒤, 2개월여 만에 첫 임상 대상자를 등록하는 등 빠른 속도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의 독자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장기 지속형 GLP-1 제제다. 과거 파트너사였던 사노피가 진행한 다수의 글로벌 임상시험을 통해 약물의 혁신성을 입증받았다. 사노피가 진행한 대규모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에서 체중 감소와 혈당 조절 효력을 확인했다.

올해 국내 바이오 업계 첫 기술수출 주인공 역시 ‘비만 치료제’다. LG화학은 이달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스에 희귀비만증 신약 후보물질 'LB54640'의 글로벌 개발·판매권을 이전하는 내용의 3억500만 달러(약 4600억원) 규모 계약을 맺었다. 

이 외에도 동아에스티는 자회사인 미국 뉴로보 파마슈티컬스와 비만치료제 ‘DA-1726’을 개발하고 있으며, 대원제약은 국내 바이오 기업 라파스와 함께 노보노디스크 위고비 주사제를 ‘마이크로니들 패치제’로 개발한 ‘DW-1022’의 임상 1상을 계획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인벤티지랩과 비만치료제 장기지속형 주사제 개발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올해 주목할 만한 바이오산업 핵심 키워드로 비만 치료제(GLP-1)와 함께 인공지능(AI), 항체·약물 접합제(ADC) 등을 꼽았다. JP모건 리서치는 오는 2030년까지 미국 인구의 9%에 해당하는 3000만명이 GLP-1을 사용, 관련 시장 규모는 1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비만약이 심혈관질환, 지방간염 등 다른 복합 만성질환 치료제로도 쓰이면서 향후 발전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면서 “위고비 등의 비만 치료제가 올해 세계 매출 1위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비만약 하나에 업종별 호재·악재도 교차
비만약이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도 눈여겨볼 만하다. 비만 치료제 등장으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면서 업종별 호재와 악재가 뒤바뀔 수 있다는 예상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우선 의류 분야에선 체중 감량에 성공한 소비자가 새 옷을 사면서 의류 업계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스포츠 의류 매출 상승이 기대된다. 반대로 플러스 사이즈 의류 브랜드는 매출 하락이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식품 업계에선 근육 손실을 걱정하는 이들을 위한 단백질 제품이 잘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비만약이 포만감을 지속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다른 당이나 지방이 많은 식료품에 대한 선호도는 떨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실제로 월마트에 따르면 비만약을 복용하는 이들이 일반 고객에 비해 식품 구매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비만 관련 수술 감소로 관련 수술 기기 제조사들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혁신기업분석팀 이지현 연구원은 ‘제7회 미래의학국제포럼’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비만치료제 수요에 따라 CMO, 주사기, 의약품 유통, 디지털헬스케어 분야는 수혜가 전망된다”고 말했다. 특히 GLP-1 비만치료제는 사람들의 음식료 섭취 패턴까지 바꿀 가능성이 높아, 식음료 등 F&B 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이 연구원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