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역할 못한 금소법] 사각지대 지적에도···개선 논의 '안갯속'
2024-01-25 05:05
개정안 35건 중 34건 국회 내 계류 중···금융당국도 '신중'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도 따져봐야···무임승차 논란도 고려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도 따져봐야···무임승차 논란도 고려
24일 국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회 내 금소법 개정안은 총 35개의 안건이 올라왔지만, 단 한 건밖에 통과하지 못했다. 이 1건도 금소법 내 방문판매에 대한 규제 공백을 메우기 위한 입법이었을 뿐, 현행법의 문제를 짚지는 못했다.
정부나 금융당국에서도 별다른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는다. 당국은 지난 2022년 8월 금소법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한 바 있으나, 아직까지 외부로 결과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당국은 현행 금소법의 과제를 손질하겠다는 견해를 내비치면서도, 구체적인 정책 방향성이 잡힌 것이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ELS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가 사태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률 개정 등도 내부 결재·심사를 받아야 하는 절차도 있고, 아직 (금소법의) 정책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확정한 부분이 없다"면서 "현재 내부 조율을 거치는 과정에 있다. 정책 방향성 논의에 대한 진전이 좀 더 있다면 (금소법 개선과 관련해)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 논의가 지지부진한 배경엔 ELS 사태에서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다. ELS가 초고위험상품이라는 점에서 은행들이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상품을 안내했다면 문제가 크다. 하지만 ELS는 라임펀드나 파생결합펀드(DLF) 등과 같이 과거 상품 자체적으로 사기성이 있었던 사모펀드들과는 다르다.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십수년간 은행에서 예·적금 다음으로 잘나갔던 상품이다. 단순히 고령자라는 이유로, 처음 상품을 샀다는 이유로 불완전판매로 규정짓는다면 형평성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
더욱이 이번 ELS 사태에서 금소법 소급 적용이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현재 손실이 확정된 상품들은 3년 전인 2021년 1월에 판매됐지만, 금소법은 같은 해 3월 25일부터 시행됐기 때문이다. 3월 25일 이후 ELS 상품을 판매했다고 해도 금융당국이 금소법 시행 직후 6개월 동안 계도 기간을 부여한 탓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기도 어렵다. 금소법과 무관하게 금융사의 책임 배상만 강조한다면 자기책임 원칙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무임승차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금융권에선 은행권이 금소법 절차를 면피용으로 내세워 불완전판매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 소지가 있다고 본다. 금융감독원은 금소법 적용 여부와 상관없이 고위험 상품을 권유했다는 사실로도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지난 8일부터 KB국민은행 등 ELS를 판매한 주요 금융사 12곳에 대한 현장 검사를 진행 중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면피성·형식적인 절차만 준수하고 적합성 원칙을 실질적으로 준수하지 않았다면 금융사의 책임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