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주주동의 없이 전환사채 가격 조정 못한다"

2024-01-23 12:19
전환사채 시장 건전성 제고방안 발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개최한 전환사채 시장 건전성 제고 간담회에서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 전문가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하여 전환사체 시장 건전성 제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금융위원회가 전환사채(CB)를 악용한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콜옵션 행사자에 대한 정보 파악이 쉬워지도록 공시 의무가 부과되며, 주주 동의 없이는 전환가액 조정을 진행할 수 없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전환사채 시장 건전성 제고 간담회'를 23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에선 '전환사채 시장 건전성 제고 방안'이 발표·논의됐다. 이번 간담회엔 금융위,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금융당국과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 기업계, 학계·민간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전환사채는 채권과 주식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기업은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투자자에게는 다양한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콜옵션, 리픽싱 등 다양한 조건을 활용하면서 상장사들의 주요 자금 조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전환사채의 특수성을 편법적으로 지배력을 확대하거나 부당한 이득을 얻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당국에선 전환사채 시장 문제점으로 △발행·유통과정 투명성 부족 △임의적 전환가액 조정에 따른 일반주주 지분가치 희석 △콜옵션·리픽싱 등 불공정거래 악용 가능성 등을 지적했다. 

이에 금융위는 리픽싱 예외 적용을 엄격히 하고 CB 공시 의무를 강화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금융위는 주주총회 동의를 구한 경우에만 전환사채 리픽싱 최저 한도에 대해 예외 적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현재 규정은 시가변동에 따른 리픽싱 최저 한도를 최초 전환가액의 70%로 제한하고 있지만, 기업 구조조정 등 경영정상화를 위해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 예외 적용을 허용했다. 이에 일부 기업들이 주주 동의 없이 정관만을 이용해 불가피한 사유가 아님에도 최저 한도 제한 규제를 회피하는 사례가 있어왔다.

또한 증자나 배당 등 자본 변동 시엔 주식의 실제 가치 변동을 정확히 반영해 전환가액이 조정되도록 규정이 명확해진다. 그간 증자, 주식 배당에 따른 전환가액 조정은 발행기업이 이사회 결의로 자유롭게 전환가액 조정 방법을 정할 수 있었다. 이에 일부 기업들이 전환가액을 과도하게 하향 조정하는 사례가 있어왔다. 불합리한 전환가액 조정에 따른 일반주주 피해 방지를 위해 관련 제도를 정비한다는 것이다.

사모 전환사채 전환가액 산정 기준일도 명확히 한다. 일부 기업들이 전환가액 산정 후 주가가 상승할 때까지 납입일을 계속 연기하는 방법을 통해 정당한 시가 반영을 회피했다. 이에 발행 직전 주가를 전환가액에 공정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사모 전환사채 전환가액 산정 시 실제 납입일의 기준시가를 반영토록 개선했다.

전환사채 시장의 투명성도 제고한다. 콜옵션 행사자 지정 시 공시 의무를 부과한다. 구체적인 행사자, 발행기업이 제3자에게 콜옵션을 양도할 경우 정당한 대가를 수수했는지 여부, 지급 금액 등에 대한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현행 규정에서도 CB 발행 시 콜옵션 행사자를 공시하도록 하고 있으나 대부분 '회사 또는 회사가 지정하는 자'로만 공시하고 있어 투자자가 콜옵션 행사자에 대한 정보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만기 전 전환사채 취득에 대한 공시도 강화한다. 투자자들이 만기 전 취득 전환사채에 대한 투명한 정보를 알 수 있도록 만기 전 취득 사유, 향후 처리 방안 등을 공시토록 한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전환사채가 더 이상 대주주의 편법적인 사익추구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근본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며 "전환사채와 연계된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입각해 일벌백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