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률 역대 최고라는데...'쉬는' 청년 다시 40만명 웃돌아

2024-01-23 08:02
지난해 '쉬었음' 청년, 40.1만명...전년比 2.8% 증가
"개인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돈풀기에 그쳐선 안돼"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고용률은 역대 최고, 실업률은 역대 최저를 기록했지만 청년층만 비껴가는 모양새다. 청년 고용률이 전 연령층 중 유일하게 하락한 데다 지난해 청년(15~29세) 비경제활동인구 중 그냥 쉰 인구가 2년 만에 다시 40만명을 넘어서면서다. 

2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15~29세 청년 '쉬었음' 인구는 전년 대비 2.8%(1만1000명) 늘어난 40만1000명에 달했다. 전체 청년 인구(841만6000명)의 4.7% 수준으로 20명 중 1명꼴이다. 

'쉬었음'은 취업자·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 중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쉬고 있는 이들을 뜻한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전체 청년 대비 2%대 수준이었지만 2016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20년 44만8000명, 2021년 41만8000명으로 40만명대를 유지하다가 2022년(39만명) 소폭 감소한 뒤 2년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기준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전체 '쉬었음' 인구의 17%로 60세 이상(44%) 다음으로 가장 많다.

통계청이 올해 처음으로 청년층 '쉬었음' 이유를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건강상 이유를 제외하고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고 대답한 15~29세 비율이 32.5%였다. 여기에 비슷한 사유인 '일자리가 없어서' 쉬고 있다고 한 15~29세까지 더하면 고용 시장에서 밀려나 쉬는 청년들은 40%에 육박한다. 

통계청 관계자는 "청년들이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 분위기가 쉬는 인구로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년들의 '쉬었음' 기간이 늘어나면 고용 가능성이 줄고 일자리의 질도 나빠질 뿐 아니라 고립·은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가적으로는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인구 감소와 생산성 하락으로 잠재성장률이 뒷걸음치고 있는 상황에서 '쉬었음' 청년이 늘어날 경우 저성장의 늪에 빠질 우려가 있다.

정부는 1조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해 '쉬었음' 청년을 노동시장으로 유입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은 상황이다. 민간·정부·공공기관에서 일할 기회를 7만4000명에게 확대 제공하고 신기술 인재 양성 사업인 'K-디지털 트레이닝' 등 기업 수요 기반의 첨단 인재 교육을 강화한다. 국가기술자격 응시료도 50% 깎아준다. 취업한 청년을 상대로는 초기 직장 적응을 돕는 '온보딩 프로그램'도 신설할 예정이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일자리 미스 매칭과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등 노동시장 이중 구조가 해소되지 않고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청년층 '쉬었음' 인구 수가 다시 40만명을 웃돈 건 단순히 개인적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라는 걸 보여준다"며 "청년 수가 갈수록 줄어가는 상황에서 정부는 단순히 '돈 풀기'에 그칠 게 아니라 하루 빨리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적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