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만 보고 가겠다"...당정 갈등 일파만파

2024-01-22 18:05
총선용 '약속대련' 의혹도...이준석 "전화하면 될 일인데 왜 비서실장 보냈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 환영식에서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월 총선까지 8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자진사퇴’를 압박당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오지만 한 위원장은 사퇴를 ‘정면거부’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 오전 국회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4월 총선이 우리 국민과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것을 아낌없이 쏟아붓겠다는 각오로 이 자리를 받아들였고 그동안 최선을 다해왔다"고 했다. 이어 "선민후사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 및 당무 개입 논란 등에 대해 "제가 사퇴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는 대통령실의 퇴진 요구가 실제 있었고 이를 거부했다는 뜻이다.
 
앞서 전날 오후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 대한 신뢰를 거뒀고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을 보내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직후 한 위원장은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신뢰를 거둔 배경에는 한 위원장이 차기 대권을 노리며 자기 정치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특히 한 위원장의 김경률 비대위원 '사천 논란'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 비대위원이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 등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를 해소해야한다면서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교한 발언도 문제가 됐다는 후문이다. 
 
여권에서는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당정 갈등이 더 첨예화할 경우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결국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김건희 리스크' 등에 대해 일종의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야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당무 개입을 비난하면서도 보여주기식 '약속 대련'인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여권 내부가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을 연출해 국민들의 관심을 유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을 혼내거나 싫은 소리 할 일이 있으면 전화를 하거나 텔레그램을 하면 되는 것"이라며 "굳이 이관섭 비서실장을 보낼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무리 싸우는 척 해도 중국집에 전화기 2대 있는 느낌밖에 안 난다"고 일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