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생존 경쟁 치열한데 손발 묶인 이재용...D-7 다가온 '삼성의 운명'

2024-01-18 16:31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4년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재계 1위 삼성의 경영 시계가 또 한 번의 중대 기로에 놓일 전망이다. 경영 승계 과정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1심 선고 결과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오면서다.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재점화되면 글로벌 기업 삼성의 경영 불확실성은 재점화된다. AI(인공지능), 반도체 등 주력사업에서 분초를 다투는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이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나서지 못할 경우 해외 기업에 밀려 자칫 산업 전체 경쟁력까지 잃을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법조계, 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지귀연·박정길) 는 오는 26일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및 외부감사법 위반,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에 대한 1심 판결을 선고한다.
 
이 회장은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으로부터 경영승계를 받는 과정에서 최대주주였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을 왜곡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장부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은 결심공판에서 "주주에게 피해를 입히려는 의도는 결단코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검찰은 "삼성이 공짜 경영권 승계를 시도했다"며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만약 이날 선고에서 이 회장이 또 다시 법정구속이 되면 삼성은 총수 부재에 따른 또 한 번의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다. 이 회장은 지난 2021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가 2022년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로 선정돼 혐의에서 벗어난 바 있다.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에 대한 재판 역시 2021년 4월 시작돼 지난해 10월 결심공판까지 약 2년 6개월간 105차례나 진행됐다. 이달 26일 1심 결과는 나오겠지만 검찰과 이 회장의 항소 여부에 따라 향후 2심과 대법원 판결까지 앞으로 3~5년의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
 
업계는 AI,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을 둘러싼 기업간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기업인 삼성만 '사법 리스크'로 손발이 묶이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시계는 이재용 회장이 국정농단 혐의로 기소된 2017년 이후 사실상 7년간 멈춰있다"면서 "아무리 '시스템의 삼성'이라해도 투자, 인수합병 등 그룹 굵직한 사안은 총수가 결정해야 하는데, (총수)손발이 묶여버린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미래전략을 짜기 어렵다"이라고 말했다.
 
특히 반도체 업계는 전례 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 전날 삼성전자 DS(반도체)부분은 비상경영 선포하고 전 임원 연봉을 동결했다. 비상경영 선포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5년 실적한파 이어 이번이 3번째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메모리 업황 악화에 따라 지난해 매출이 399억달러에 그쳐 인텔(487억달러)에 2년만에 1위 자리를 뺏겼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잠정 영업이익이 7조4886억원으로 집계돼 전년동기(43조3766억원)대비 83.7% 급감했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도 수년째 군불만 떼고 있는 상황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미국 'CES 2024'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존 사업의 강화와 미래의 성장 동력 발굴 차원에서 M&A(인수합병) 대상 회사들을 지속적으로 모아 검토하고 있다"며 "올해에는 뭔가 계획이 나올것 같은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수년째 비슷한 '톤 앤 매너'라는 평이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 해소 없이는 삼성전자의 대형 M&A 발표가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이 또 다시 법정 구속된다면 특사로 풀려난지 1년이 채 안돼 재수감되는 것인데 이는 경제적으로도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사법정의도 중요하지만 기업인이 잘 할수 있는 일로 국민과 국가에 보상한다면 그 또한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만큼 삼성전자의 반도체 경쟁력은 단순히 삼성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 경쟁력과도 연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