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현의 자원이야기] 홍해를 못 지나는 LNG..."저장고 가득에도 가격 상승 기현상"

2024-01-18 06:00

홍해에서 후티 반군이 에스코트하고 있는 화물선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동에서 선적되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4대 중 3대가 항로를 변경하고 있다. 홍해 인근 위험 상승에 따라 아프리카로 우회하는 길목을 선택하는 것이다.
 
LNG는 글로벌 수요 감소와 주요국의 LNG 저장고 포화로 가격이 하락세였으나, 공급망이 위협받으면서 다시 가격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특히 한 달 새 운임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LNG 수입국은 더 큰 비용을 지불하게 됐다.
 
17일 데이터 정보업체 ICIS에 따르면 지난 14일 이후 카타르에서 LNG를 선적한 운반선 3척이 홍해를 벗어나 남쪽으로 항해하고 있다.
 
이들 선박의 목적지는 유럽이지만 수에즈운하를 지나는 것이 아닌 아프리카 대륙을 우회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이들 선박의 도착 예정일은 2월 7일이다. 수에즈운하를 지나지 않고 아프리카 희망봉을 지나는 우회로는 9일의 추가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최근 홍해 인근에서 이란과 예멘 후티반군이 민간 선박을 공격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카타르발(發) 유럽향(向) LNG운반선 4척 중 3척이 우회로를 선택하고 있다.
 
카타르는 세계 2위 LNG 수출국으로 카타르발 LNG운반선의 도착 지연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큰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세계 1위 에너지 운송국가인 미국도 지난달부터 아시아향 LNG운반선의 경로를 바꾸기 시작했다.
 
지난달 16일 미국 메릴랜드주 코브포인트에서 LNG를 선적한 운반선이 수에즈 운하로 향하다가 21일 경로를 변경,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했다. 해당 선박은 도착 예정일을 한참 지난 이달 25일 일본에 입항할 예정이다.
 
같은 날 미국 텍사스에서 LNG를 선적해 한국으로 출발한 프리즘 커리지호도 희망봉을 지나는 항로를 선택했다. 이달 26일에나 아시아 국가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는 당초 도착 예정일보다 15일가량 지연된 것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수에즈운하를 피해서 우회하는 항로는 약 100만 달러(약 13억4000만원)의 추가 비용을 발생시킨다.

선박 지연은 운임상승으로도 이어지는데, 지난 16일 기준 원유유조선지수(BDTI)는 1552포인트로 지난해 3월 27일(1587) 이후 최대치다. 지난해 저점인 9월 8일(713포인트)과 비교하면 운임은 2배 이상 뛰었다.
 
증가한 운송비용은 고스란히 LNG 가격에 포함된다. 지난 16일 종가 기준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천연가스 가격은 MMbtu(가스의 열량단위)당 2.90달러로 최근 1년 저점인 2.01달러와 비교해 44.27% 증가했다.
 
LNG 주요 소비지역인 유럽연합(EU)에서의 LNG 수요가 25% 감소했으며, 저장고가 99%가량 가득 찬 상황에서도 지난달과 비교하면 가격이 상승했다. 유럽으로 향하는 주요 항로가 위험에 빠지면서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줄고 재고도 많은데 가격은 오르는 기이한 상황”이라며 “LNG운반선들이 홍해를 우회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LNG를 비롯한 주요 자원의 가격은 더욱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1월부터 예멘 후티반군은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지난해 11월부터 홍해를 지나는 선박들을 공격하고 있다. 이에 미국과 영국이 지난 12~13일 예멘의 후티 근거지에 대대적인 공습을 가하면서 홍해 인근에 안정이 찾아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14일 후티반군이 홍해 남부에 있던 미군 구축함 라분호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고, 15일에도 미국 회사 소유 벌크선을 지대함 탄도 미사일로 공격했다. 지난 16일에도 홍해 남쪽 예멘 앞바다에서 그리스 화물선이 미사일 1발에 피격됐다.
 
이에 따라 최근 수에즈운하 항로를 재개하던 선박들이 급히 뱃머리를 남쪽으로 돌리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