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현의 자원이야기] 해상운임 5주 하락도 무용지물...中 저가공세 이중고에 수출기업 비상

2024-08-14 06:00

중국 상하이항에 정박해 있는 중국 국영 컨테이너 선사 코스코의 컨테이너선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올해 고점을 찍었던 해상운임 지수가 선박 공급완화로 인해 5주 연속 내림세다. 다만 해상운임 인상의 주요 원인인 중동 지정학적 위험요소(리스크)는 오히려 심화하고 있어 하반기에도 국내 수출기업의 어려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의 저가공세로 인한 소비재 디플레이션 현상과 고운임 시황이 겹쳐 국내 수출기업들은 이중고를 겪는 상황이다. 
 
13일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아시아 컨테이너선 운임의 기준이 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3253.89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달 5일 올해 고점인 3733.8포인트를 기록한 SCFI는 이후 5주 연속 내림세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북미, 유럽 등 주요 원양 항로에서 공급량이 확대되며 운임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미 서안의 주간 선복량은 전주 대비 47%가, 동안은 39%가 증가했다. 유럽에서는 지중해 항로의 주간 선복 공급량이 전주 대비 약 45% 증가하면서 운임이 약 5% 하락했다.
 
다만 이스라엘과 이슬람 연합의 무력충돌 등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시장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일부 선사들은 이달 하반기 운임 인상을 추진 중이며, 9월 초부터 운임을 인상하겠다고 밝힌 선사도 다수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5주 연속 운임이 하락세지만 하락 폭이 크지 않고, 운임이 인상된 원인은 여전한 만큼 올해 초 수준의 운임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며 “오히려 중동 전쟁이 본격화한다면 코로나19 대유행 이상의 운임 인상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고운임 시황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국발(發) 제조업 저가공세는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수출기업들의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2분기 들어서 철강, 전자, 자동차, 석유화학 등 주요 품목들의 수출을 늘리면서 이른바 ‘밀어내기’를 하고 있다.
 
중국 세관 총국에 따르면 지난 6월 중국 수출액은 3078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6%가 증가했다. 이는 7.4~8% 성장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치를 상회한 것이다. 반면 수입은 2.3%가 감소한 2088억 달러다. 이 기간 중국의 제철소 수익률은 15.15%로 전월(27.71%) 대비 큰 폭 감소했다. 판매단가를 낮추고 수출량은 늘리는 박리다매(薄利多賣)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저가공세는 글로벌 소비재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으로도 이어졌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3% 하락했다. 이에 따라 연간 물가 상승률은 3.3%에 3%로 하향조정됐다.
 
문제는 수출기업이다. 제품가격은 중국발 디플레이션으로 했지만 운임은 3배 이상 상승해 사실상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할 위기다.
 
실제 삼성전자의 경우 올 1분기 지출한 물류비(운반비)는 7145억3500만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4144억500만원 대비 72.4% 증가했다. LG전자도 최근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해상 운임 입찰 결과 컨테이너당 해상운임이 지난해 동기 대비 58% 상승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경기침체 상황과 겹친 중국의 저가공세로 인해 운임을 제품가격에 반영하기도 쉽지 않은 상태다.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국내 무역업체 753곳을 대상으로 '해상운임 급등 관련 긴급 물류 애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83.3%가 현재 수출입 물류 애로를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물류비 증가(40.1%)와 선복 확보 어려움(21.5%)으로 인해 수출입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