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준의 투자노트] M&A 수단 된 제3자 유증…호재입니까 악재입니까

2024-01-17 06:00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유상증자를 통해 추가 자본을 조달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성장과 확장을 위해 유용한 전략적 도구로 활용되고 있지만, 주주들 사정은 다릅니다. 유상증자는 대체로 기존 주식보다 싼 가격에 신주가 발행되므로 주식 수가 늘어나면서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지분 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입니다.
 
한미사이언스 주가 12.76%↑…한미는 상속세 해결, OCI는 제약·바이오 진출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왼쪽),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 [사진=각사]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전날 12.76% 오른 4만3300원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 12일 장 마감 후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가 양사 간 주식 양수도 및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공시한 영향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 등이 보유한 지분 약 744만674주를 OCI홀딩스가 매입합니다. 또한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 약 677만6305주를 OCI홀딩스가 현물출자하고, OCI홀딩스는 회사 주식 229만1532주를 발행해 송 회장과 임 사장에게 교부합니다. 이와 더불어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한미사이언스 주식 643만4316주를 인수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이에 따라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27.3% 인수에 7702억9330만원을 지불하게 됩니다.
 
오의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OCI그룹은 작년 말 부광약품 지분 인수 등 제약·바이오 진출을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었다"며 "한미사이언스 경영진은 지속적인 상속세 재원 마련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란 기존 주주나 회사 임직원이 아닌 제3자가 가져가는 것을 전제로 하는 유상증자를 뜻합니다.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유상증자가 실패할 염려가 있거나 경영권이나 지분을 특정인에게 넘겨주려 할 때 이용됩니다.
 
금리 인상에 M&A 수단으로 활용되는 유상증자…개미는 직격탄
[자료=한국거래소]
유상증자를 통해 대주주가 변경된 종목들은 초반 극적인 수익률을 나타내지만, 하방 압력이 높아져 주가가 상승분을 반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해 12월 와이더플랫닛, 파멥신, 텔레필드 등 상장사들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인수·합병(M&A)을 진행했습니다. 해당 기업들은 최대주주 변경 공시가 나오기 전까지 M&A 호재 기대감에 힘입어 각각 691.81%, 142.77%, 208.47%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최대주주 변경 공시가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이들 기업의 수익률은 각각 -21.54%, -38.30%, -5.67%로 집계됩니다.
 
과거 M&A와 최대주주 변경은 기존 지분을 매입하는 과정으로 진행됐습니다. 자본시장에서는 최근 유상증자가 M&A 수단으로 활용되는 이유로 금리 인상을 거론합니다. 유상증자를 통해 추가 자본을 조달하는 것이 다른 자금 조달 방법보다 더 경제적인 선택으로 여겨진다는 것입니다.
 
증권업 관계자는 "금리가 올라간 시간이 꽤 지나면 부채가 높은 기업들은 한계에 봉착해 매물이 발생한다"며 "조달 비용이 높다 보니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쉽지 않아 회사채 대신 증자를 선택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IB업계 "상반기에도 저렴한 기업들을 인수하려는 시도 많을 것"
올해 상반기에도 지금과 같이 기업가치가 저렴한 기업들을 인수하려는 기업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기업은 더 높은 조달 비용을 감수하지 않고도 추가 자본을 확보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M&A 자체보다는 인수 후에 기업이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하는지를 투자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합니다. 투자자들은 기업이 인수 후에 어떻게 성장하고 가치를 창출하는지 주목하며 투자 결정을 내리기 때문입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M&A가 되면 굉장히 의미 있는 주주가 들어온다는 것으로 시장에서 받아들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만 기업사냥꾼이라든지 기대할 만한 게 없는 회사들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면 시장에 걱정이 많아진다"며 "인수 자체보다는 인수 후 변화된 모습을 투자자에게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