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기의 핀스토리] '빅블러' 올라탄 금융권…"확대하고 협력하라"
2024-01-16 12:00
재점화한 디지털 전환 경쟁…주요 금융그룹, '슈퍼 앱'으로 승부수
'시장포화' 보험업권, 제3보험 영토 넓히거나 타 분야와 협력 강화
'시장포화' 보험업권, 제3보험 영토 넓히거나 타 분야와 협력 강화
4차산업이 점차 우리 삶에 녹아들면서 이종(異種) 산업 간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융합되는 ‘빅블러’의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은 기존의 모든 산업에 디지털 전환(DT)을 촉진하면서 빅블러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빅블러 현상은 ‘플랫폼’을 중심으로 타 산업으로 번지고 있다. 관련 분야의 권위자인 히라노 아쓰시 칼, 안드레이 학주는 저서 ‘플랫폼 전략’에서 관련 그룹을 플랫폼에 모아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하고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플랫폼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구글·애플 등 빅테크 기업이 플랫폼 전략을 통해 다양한 산업으로 뻗어나가고, 전통적인 산업에 있던 기업들도 기존 사업의 플랫폼화를 도모해 사업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빅블러 현상은 ‘플랫폼’을 중심으로 타 산업으로 번지고 있다. 관련 분야의 권위자인 히라노 아쓰시 칼, 안드레이 학주는 저서 ‘플랫폼 전략’에서 관련 그룹을 플랫폼에 모아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하고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플랫폼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구글·애플 등 빅테크 기업이 플랫폼 전략을 통해 다양한 산업으로 뻗어나가고, 전통적인 산업에 있던 기업들도 기존 사업의 플랫폼화를 도모해 사업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금융의 플랫폼화…‘슈퍼 앱’이 뜬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권이 디지털 전환에 재차 드라이브를 걸면서 빅블러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은행·보험·카드 등 주요 금융사를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는 주요 금융그룹들이 플랫폼 역할을 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규모의 경제에 나서고 있는 게 특징이다.
이른바 ‘슈퍼 앱’이라고 불리는 금융사들의 플랫폼은 은행·비은행 계열사의 핵심 기능을 하나의 앱에 탑재해 금융소비자를 자신들의 생태계로 유인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그룹은 아예 ‘신한 슈퍼쏠(SOL)’이라는 새로운 앱을 개발해 지난달 시장에 선보였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슈퍼쏠은 기존 신한플러스가 제공하던 멤버십 혜택을 향상하고 고객 요구의 연결·확장을 통해 완결성 있는 통합 솔루션 제공을 목표로 한다”며 “‘앱테크(앱을 이용한 재테크)’ 유행에 발맞춰 ‘스탁리그’, ‘밸런스게임’ 등 챌린지 서비스를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에 더해 KB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은 기존의 ‘KB스타뱅킹’과 ‘하나원큐’를 슈퍼 앱으로 내세우고 있고 우리금융그룹과 NH농협금융그룹도 연내에 슈퍼 앱을 구축할 방침이다.
금융권에서는 주요 금융그룹들이 슈퍼 앱이라는 플랫폼을 강화해 비금융 사업으로 영토를 확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KB스타뱅킹은 앱 내 생활·제휴 코너를 통해 KB매일걷기, 캠핑·글램핑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신한은행도 슈퍼 앱 출시 전부터 자사 앱에 배달앱 ‘땡겨요’를 탑재한 바 있다.
이처럼 빅블러 시대에 금융권이 영토를 확장하고 있지만 반대로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IT기업들도 예금·대출·보험 등 금융 상품을 비교하는 플랫폼을 선보이며 금융권을 위협하고 있다. 우선 자사·경쟁사 상품이나 서비스의 각종 정보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 보니 경쟁이 불가피하고 금융사들이 플랫폼사에 종속되지 않기 위한 노력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영토 확장하고 협업 강화하는 보험업권
국내 시장이 포화했다고 판단한 보험업계도 빅블러 바람을 타고 신시장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보험업계 내부로는 생명·손해보험 성격을 모두 보유한 ‘제3보험’ 시장을 공략하고, 외부로는 타 분야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상품·서비스 매력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과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은 ‘유연한 트렌드 변화 대응을 통한 미래 경쟁력 강화’와 ‘신시장 진출을 통한 수익기반 다각화’를 각각 올해의 4대 핵심과제 중 하나로 제시했다. 김 회장은 “제구포신(除舊布新·묵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펼친다)의 자세로 선제적·능동적으로 변화와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생명보험 업계는 새해 들어 사람을 보험대상으로 하는 생명보험과 질병으로 인한 소득 상실을 보장하는 등 손해보험 성격을 모두 지닌 ‘제3보험’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KB라이프생명은 최근 조직개편에서 건강보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3보험 추진 태스크 포스(TF)를 신설했다.
손보업계에서는 보험업권을 넘어 아예 다른 분야와의 협업 움직임도 보인다. 삼성화재는 여러 운동 종목 국가대표 선수들의 에이전시 플랫폼 ‘국대’와 제휴를 통해 건강관리 서비스 ‘그래비티’를 이달 선보였다. 그래비티는 건강보험에 가입한 20~40세 고객에게 헬스클럽 이용 서비스 또는 홈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서비스 대상이 되는 보험 가입자들은 국대와 제휴를 맺은 약 300개의 헬스클럽을 6개월간 사용할 수 있는 이용권이나 국가대표 출신 강사의 레슨 영상과 운동 키트를 제공받는다. 보험업계에서는 해당 서비스가 보험소비자들의 건강한 생활 습관 변화를 지원하고 이들이 건강을 유지함으로써 보험금 지급도 감소하는 효과도 유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