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웅의 정문일침(頂門一鍼)] '위기에 강한 남자 김동연' 기후 위기 극복 나섰다

2023-05-09 20:00
'경기 RE100 비전' 선포, 기후 위기를 성장 기회로
공공기관 100% 신재생에너지 사용 탄소 줄여
2030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40% 감축 계획 밝혀

김동연 지사 [사진=경기도]

요즘 경기도청 직원들에게 가장 ‘핫’한 부서를 꼽으라면 경제와 환경 부서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물론 김동연 경기지사 취임 이후 어느 부서 한 곳도 한가로운 곳이 없지만, 특히 도민의 먹거리 창출과 기후 위기 극복 대책을 담당하는 부서만큼 불꽃이 튀진 않는다. 말 그대로 ‘불철주야(不撤晝夜)'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끊임없이 일거리를 찾아 과제를 던지는 김 지사 덕분(?)이다.
 
빅블러 시대 4조3000억원 규모의 미·일 투자 유치를 성공적으로 이끈 김 지사는 지난달 24일 또 한 가지 굵직한 화두(話頭)를 던졌다. 이번엔 기후라는 어젠다였다. 김 지사는 이날 ‘경기 RE100 비전’을 선포했다.
 
'오늘의 기후 위기를 내일의 성장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도 천명했다. 공공기관은 100%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하기로 했으며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을 2021년 5.8%에서 2030년 30%까지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할 계획도 밝혔다.
 
그러면서 미래 세대·차기 정부에 기후 위기 극복 부담을 떠넘기지 않겠다는 민선 8기 경기도의 강력한 의지를 담은 부연 설명도 했다. 그중에는 신재생 에너지 확충을 위해 산업단지 지붕형 태양광 대규모 신재생 에너지 집적단지 조성 등 대형 프로젝트도 포함돼 있다.
 
또 재생에너지 도입 계획을 수립한 신규 산업단지에 공급 물량을 우선 배정하고 기존 산업단지 지붕에는 민관 협력 지붕형 태양광 발전사업 추진도 담겨 있다. 김 지사의 이 같은 구상은 에너지 정책 측면에서 현 정부와 상충하는 부분이 많아 관련 산업계에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 계획에서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30.2%에서 21.6%로 낮추고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도 14.5%에서 11.4%로 대폭 축소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런데도 김 지사가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과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높인 것은 나름 기후 위기를 정면으로 부딪쳐 해결하려는 평소 소신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선포식과 함께 경기도 기후 대사와 경기도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 위원 23명을 위촉한 데서도 그 의지를 찾을 수 있다. 위원회는 단순 자문·의결 기구가 아닌 문제 해결형·실천형 위원회로 운영될 예정이다.
 
특히 기성·미래 세대, 이론·현장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 회의를 김 지사가 매월 1회 이상 직접 운영하기로 한 것만 보아도 그렇다. 기후 위기 극복 대안을 실천해 해나가겠다는 결연함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사실 환경 정책을 동반하는 에너지 정책은 다루기가 쉽지 않은 분야로 잘 알려져 있다. 시간과 돈이 많이 들고, 성과도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기 때문이다. 기업을 하는 경영주 입장에서 더 그렇다. 어디 그뿐인가. 정치하는 사람들로선 기피 분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잘해야 본전 소리 듣는 것을 굳이 해서 구설에 오르지 않겠다는 속내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나서는 것은 여론을 먹고살아야 하는 정치인 속성이 작용하고 있어서다. 환경·기후·청정에너지 위기에 대한 일반인 인식이 이중적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환경 선진국이라는 독일의 국책 연구 결과를 보면 더 적나라하다. 독일 내 각종 설문조사에서 독일 시민들은 기후 위기에 관한 높은 인식을 보여주지만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각종 정책적 금지에 대해선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는 내용이다. 한편에서는 기후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현재 자신들이 유지하는 삶을 바꾸기를 원하지는 않는 것이다.
 
지난 1월 초 공영방송 ZDF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9%는 석탄 발전 확장에 반대했다. 하지만 같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60%는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서 안정적인 전기 공급을 위해 일시적으로 석탄 발전소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은 옳은 정책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기후 보전을 중요시하면서도 현재 생활의 유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녹색당 지지자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여름 유명지 슈피겔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에너지 위기에 따른 한시적 원전 운행 연장에 관해 응답자 70%가 지지를 보냈다. 특히 전통적으로 탈원전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녹색당 지지자 중 49%가 원전 운영 연장에 찬성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반대는 32%였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우리 인식과 차이가 있지만 기후 위기에 관한 이중적 인식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김동연 지사의 이번 선언은 이러한 이중적 인식에 괘념치 않고 내놓은 정책이다. 소신이 없으면 못 하는 일이다. 단기간에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이지만 과감히 정책 실행에 나선 것이어서 신선하다.

누군가 가지 않은 길을 간다는 것은 힘들고 외로운 일이다. 하지만 누군가 꼭 가야 할 길이라면 선택한 것 자체가 성공을 담보로 한 도전이다.

‘기회의 경기도’를 만들면서 먹고사는 문제와 기후 위기 극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김 지사의 원대한 꿈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