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대선 D-2] 미·중 신경전 속 대만 유권자 관심은 '경제'

2024-01-11 15:04
'정치 피로감' 호소하는 청년들
'중국' 문제보단 경제·민생에 관심
'당근과 채찍' 경제카드 쏟아내는 中

대만이 관할 중인 섬 진먼다오(金門島)를 지척에서 마주보는 중국 푸젠성 샤먼시 해변에 '일국양제 통일, 중국'이라는 내용의 대형 선전물이 앞에서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향후 4년간 대만을 이끌 16대 대만 총통 및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가 13일 대만에서 치러진다. 앞서 여론조사에서 친미·독립 성향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친중 제1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를 상대로 약한 우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선거가 '미·중 대리전' 양상으로 펼쳐지며 미·중 양국 간 신경전도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대만 유권자들은 생계와 직결된 경제·민생 문제에 더 관심을 두는 모습이다. 
 
'정치 피로감' 호소하는 청년들···경제·민생에 관심
미국 CNN 방송은 10일 특히 20~30대 대만 청년들은 민진당과 국민당의 이데올로기 싸움에 정치 피로감을 호소하며 중국 문제보다는 낮은 임금, 공공주택 부족 등과 같은 경제 문제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 독립도 통일도 현재로선 모두 비현실적인 만큼 누가 집권하든 결국엔 '현상 유지'가 될 수밖에 없다고 여기는 대만인들이 정치 논쟁보단 경제·민생 문제를 더 중요시 여긴다는 것이다. 

대만 중앙연구원에서 방문학자로 활동하는 김진호 단국대 교수는 본지에 "대만 젊은이들은 취업과 임금 및 주택문제를, 중년층은 안정적인 직업과 물가 문제, 노령층은 의료와 복지 문제 등 다양한 경제와 민생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지적했다. 

사실 현 차이잉원 총통 집권 기간 8년간 대만 가권지수는 8000포인트에서 1만7000포인트 이상으로 갑절 이상 뛰고, 대만의 최첨단 반도체 칩 공급 분야의 글로벌 리더로서 경쟁력도 커졌다. 

하지만 문제점도 산적해 있다. 대만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 경제가 전년 대비 1.61% 성장하는 데 그쳐 8년 만의 최저 성장률이 예상된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대만은 최근 첨단기술 제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 약화로 수출이 악화해 경제가 직격탄을 입었다. 

빈부격차도 심각하다. 2022년 대만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2811달러로 18년 만에 한국(3만2237달러)을 넘어섰지만, 근로자 임금 수준은 20년째 정체 상태다. 2022년 대만의 월 평균 임금은 1386달러로, 한국(1919달러), 홍콩(2444달러), 싱가포르(3776달러) 등과 비교해 낮다. 

특히 공공주택 보급률이 낮아 청년들의 불만이 크다는 지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공공 주택은 대만 전체 주택의 0.2%로,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대만인들의 차이잉원 정권에 대한 지지율은 여전히 40%대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만 푸런대 신문방송학과 천순샤오 부교수는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민진당 집권기간 성적표는 긍정적, 부정적면이 모두 다 있어서 민진당을 그렇게 싫어하진 않는다"고 분석했다. 현재 차이잉원 총통 지지율도 앞서 천수이볜 전 총통 집권 말기(18%)나 마잉주 전 총통 집권 말기(9.2%)보다 높다는 것. 천 부교수는 "현재 대만 유권자들은 민진당에 만족하진 않지만, 국민당과 민중당은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당근과 채찍' 경제카드 쏟아내는 中···"효과는 글쎄"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으로선 경제 카드를 꺼내 대만 대선 판도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혜택을 축소하는가 하면, 대만과 마주보는 푸젠성에서 대만기업에 대한 투자 강화, 대만과의 무역통상 지원 등 조치를 내놓는 등 당근과 채찍 전략을 구사해 민진당을 압박하고 국민당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이다.

중국 상무부는 앞서 9일에도 그동안 ECFA에 따라 대만산 농수산물, 기계류, 자동차 부품, 섬유 등에 대해 적용한 관세 감면 혜택을 중단하는 추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영향은 제한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뤄밍후이 싱가포르 난양공대 조교수는 연합조보를 통해 "중국 정부가 선거가 임박한 가운데 당근과 채찍 전략을 촘촘히 구사해 유권자의 막판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 하지만, 대다수 유권자 결정은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이번 중국의 경제카드가 대선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美 "대만 대선 직후 대표단 파견"···中 "타협 여지 없다"
대만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미·중 간 신경전도 고조되는 모습이다.

미국 백악관이 총통 선거 직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만 대선 직후에 전직 고위 관료들로 구성된 대표단을 대만에 파견할 계획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이 대만 총통 선거 직후 사절단을 파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중국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10일 미국 상·하원에서는 대만 민주주의를 높이 평가하는 결의안이 발의돼 수십명의 의원들이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중국은 미국의 대만 선거 간섭을 반대한다며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8~9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간 국방부 실무회의에서도 중국 측 대표는 "대만 문제에 대해 조금도 타협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며 미국 측에 "대만에 대한 무기 지원을 중단하고 대만 독립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세펑 주미 중국 대사도 9일 미·중 수교 45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대만 문제'는 미·중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로, '대만 독립"과 대만 해협 평화를 '수화불용(水火不容, 물과 불처럼 서로 어울리지 못한다)'에 비유하며 "'대만 독립' 분자에 대해 중국 정부는 타협할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만 16대 총통 선거는 13일 오전 8시(현지시간)부터 오후 4시까지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며, 새 총통 임기는 4년으로, 내년 5월 20일부터 시작된다. 

선거 당일 대만 유권자들은 투표장에서 ▲총통·부총통 ▲지역구 입법위원 ▲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 등 세 가지에 투표권을 행사한다. 대만 입법위원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지역구 의원 73명, 비례대표 의원 34명, 대만 원주민 대표 6명 등 국회의원 113명도 선출한다. 임기는 총통과 동일하게 모두 4년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