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에도 은행 성과급 축소 움직임…여론 눈치보기?

2024-01-08 17:00
KB국민은행, 신한·NH농협 이어 임단협 체결…통상임금 230% 지급키로

서울 시내 시중은행에 설치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것으로 보이는 은행권이 줄줄이 성과급 규모를 줄이고 있다. 신한·NH농협은행에 이어 KB국민은행도 전년 대비 성과급 규모를 축소하면서 임금·단체협상(입단협)을 진행하고 있는 하나·우리은행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노·사는 최근 임금 2% 인상, 통상임금 230% 성과급 지급 등을 골자로 한 ‘2023년 임단협’을 체결했다. 임금인상률 3%, 성과급 280%+340만원에 도장을 찍었던 전년 임단협보다 줄어든 규모다. 다만 KB국민은행 노·사는 추후 우리사주조합과 협의해 통상임금 50% 범위에서 우리사주를 지급하기로 했다.

은행권이 성과급을 축소하는 행보는 지난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 추정치와는 정반대 행보다. 금융권에서는 국내 은행이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21조6000억원 규모 당기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KB금융그룹 당기순익 5조원 달성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을 만큼 ‘역대급’ 실적을 거둔 것을 고려하면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성과급 축소가 금융권에 던지는 의미는 작지 않다.

앞서 임단협을 마무리한 NH농협은행은 기본급 200%에 현금 300만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해 기본급 400%에 현금 200만원을 줬던 작년보다 규모를 줄였다. 신한은행 노·사도 성과급 규모가 기본급 361%에서 281% 수준으로 축소된 합의안에 서명했다.

이와 같은 움직임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은행이 여론과 금융당국 눈치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들이 이자 장사로 돈을 벌고 있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돈 잔치’ ‘종 노릇’ 등 강도 높은 발언을 통해 은행을 비판하고 나선 것도 소극적인 성과급 지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여전히 노·사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임단협이 해를 넘긴 것이다. 1년 농사를 잘 지은 구성원들은 더 많은 성과급을 요구하고, 당국과 여론 눈치를 보고 있는 사측에서는 난색을 표하면서 줄다리기가 장기화하는 모양새다.

성과급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금융권 연봉이 워낙 높고 작년 산업계 실적이 부진한 탓에 절대적인 액수로 따지면 작지 않다는 점도 변수다. 이에 따라 금융권 안팎에서는 하나·우리은행도 성과급 축소가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올해는 모든 은행이 쉽지 않은 임단협을 하고 있다”며 “노조 측에서도 최대한 좋은 조건을 도출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환경이 받쳐주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