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여전히 '떨떠름'…"달라진게 없다는데 워크아웃 동의하라고"

2024-01-08 16:00
"이전 논의 사항 단순 이행 약속만 받아낸 것일 뿐"
'오너일가 추가 사재출연 및 SBS 지분 매각'이 알짜
"버티기 지속하다 범정부 압박 이어지자 겨우 이행안 약속?"
이미 등돌린 여론도…11일 워크아웃 여전히 미지수

[사진=연합뉴스]

8일 경제·금융권 정부 수장들이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개최, 태영건설 자구계획 이행 약속을 받아냈지만 채권단 등 금융권 일각에선 못마땅한 반응들이 여전하다. 이번 자구안이 지난달부터 산업은행과 태영건설 간 협의한 '워크아웃 기본 조건들'이고, '오너일가 사재출연·계열사인 SBS 지분 매각' 등 사실상 추가 자구안이라고 거론됐던 사안들이 명시되지 않아서다. 

여기에 이례적으로 대통령실까지 나서 태영 오너일가를 압박한 데 따른 이행 약속이어서, 진정한 의미의 자구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는 11일 열리는 채권단협의회 결과가 여전히 미지수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지난달까지 태영그룹과 사전에 협의한 4가지 자구안은 계열사인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1549억원)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 및 매각대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제공 등이었다. 이에 채권단은 기존 해당 자구안에 대해 단순 이행 약속만 받아낸 것일 뿐 실질적인 자구안이 될지 의구심을 표하는 분위기다. 

아울러 그간 논란이 됐던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 중 티와이홀딩스 연대보증 채무를 갚는 데 먼저 사용됐던 890억원이 완납되기는 했지만, 오너일가의 사재출연 규모가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당초 시장 안팎에선 사재출연 규모가 3000억원까지 언급됐으나,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등 사주 일가가 현재까지 출연한 사재는 총 484억원이다. 태영 측이 채권단에 밝힌 자구안과 중복되는 금액 등을 빼면 실제로는 68억원 정도로 평가된다.

채권단 등 금융권은 태영오너 일가의 추가 사재출연과 주요 계열사인 SBS 지분 매각 등을 원하는 분위기다. 사내 알짜로 여겨지는 계열사 지분 매각이야말로 진정성 있는 자구 행보라는 시각이다. 앞서 태영그룹 측이 계열사인 SBS 지분은 조금도 내놓지 않기로 하면서 관련 비판이 거셌다. 태영건설을 버리더라도 주력 계열사인 SBS를 살리기 위해 해당 지분을 가진 티와이홀딩스에 선투자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태영 측이 향후 추가 자구안을 내놓는다해도 이미 등을 돌린 채권자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태영 측이 당초 이행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이후 버티기를 지속하다 범정부 차원의 압박이 지속되자 겨우 이행안을 실행하는 것처럼 보여져 사실상 진정한 의미의 자구 노력이 보이지 않는 모습"이라며 "향후 추가 자구안이 나오더라도 채권단이 워크아웃에 순순히 동의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이 받아들여지려면 신용 공여액 기준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채권단은 오는 11일 1차 채권단협의회를 열어 워크아웃 진행 여부를 결정한다. 

한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지 못하면 법원의 회생 절차(법정관리)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회생 절차에서 법원이 태영건설의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다고 판단하면 회사가 청산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