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 "자구안 모두 이행... 890억원 태영건설에 지원" 협력사·수분양자 한숨 돌렸다

2024-01-08 10:57
정부 당국 "추가 자구안 필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태영그룹이 채권단과 정부 당국의 잇따른 압박에 기존에 제시했던 자구안을 모두 이행하겠고 밝혔다. 워크아웃 무산 위기의 급한 불을 끄게 되면서 협력업체나 수분양자들도 당장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채권단이 추가 자구안 제시를 요구하고 있어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분위기다. 
 
8일 금융업계와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이날 오전 채권단 측에 기존 자구안을 그대로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태영건설이 지난 3일 채권단 설명회에서 제시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전액(1549억원)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 대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제공 등 자구계획을 모두 이행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논란이 됐던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가운데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의 연대보증채무 상환에 사용한 890억원을 채권단의 요구대로 태영건설에 지원키로 했다. 태영그룹은 윤세영 창업회장의 딸 윤재연 씨 지분 매각 대금 300억과 티와이홀딩 회삿돈 등을 합쳐 890억원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태영그룹 측은 티와이홀딩스의 연대채무 상환에 쓴 금액 또한 태영건설 측에 지원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채권단은 “경영권 유지를 목적으로 티와이홀딩스의 연대보증채무에 사용한 자금을 태영건설 지원으로 왜곡하는 것”이라며 “이는 워크아웃의 기본 원칙과 절차를 이해하지 못하는 잘못된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태영건설이 자구안을 이행하겠다며 한발 물러서긴 했지만, 워크아웃 진행 여부는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다. 정부와 채권단 측은 기존에 밝힌 4가지 자구안 외에 추가 자구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추가 자구안에는 SBS나 티와이(TY)홀딩스의 지분을 활용한 유동성 확보 및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 등이 고려된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향방을 아직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협력사나 수분양자들은 사태 진행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워크아웃이 무산되고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게 되면 금융채권뿐 아니라 상거래채권도 채무조정 대상으로 들어가 협력사들의 줄도산과 함께 수분양자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한편 정부는 태영 사태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응해 금융시장 안정, 건설업 지원 등을 준비 중이다. 현재 85조원 수준으로 운영 중인 시장안정 조치를 필요시 충분한 수준으로 즉시 확대하는 등 상황별 조치를 신속히 시행할 방침이다.

또 수분양자·협력업체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사업장별 공사 현황, 자금조달 상황 등을 관리하기 위해 관계기관 일일점검 체계도 가동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