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실 갇힌 치매 환자 '추락사'→"요양원 과실"…벌금 액수 보니

2024-01-07 14:25

청주지방법원 [사진=연합뉴스]

요양원 측 실수로 샤워실에 갇혔던 치매 환자가 탈출을 시도하다 추락사한 것에 대해 법원은 "요양원의 책임"이라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청주지법 형사3단독 김경찬 판사는 지난 5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50대 요양원장 A씨와 70대 보호사 B씨에게 각각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지난 2021년 6월 오전 충북 보은군 한 요양원에서 70대 치매 환자 C씨가 2층 샤워실 창문 밖으로 추락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보호사 B씨가 샤워실 내부를 확인하지 않고 문을 잠가 C씨가 갇혔고, C씨는 1m 40cm 높이에 있는 창문 밖으로 나오려다 추락했다.

요양원 측은 샤워실 내 물기로 인한 낙상 사고와 사람이 통과 가능한 큰 창문 크기 때문에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평소 샤워실 문을 자물쇠로 잠다. 그러나 직원들이 매번 자물쇠를 채우는 것에 번거로움을 토로하자 원장 A씨는 경첩 고리에 물쇠를 걸어만 놓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이 채워지지 않은 자물쇠를 C씨가 치우고 안으로 들어가 사고가 발생했다.
  
원장과 보호사 측은 출입문 잠근 것과 피해자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김 판사는 "요양원의 신체활동 지원 기록을 보면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자주 배회하는 등 신체활동이 활발해 많은 관찰과 주의가 요구되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샤워실 문을 제대로 잠가 혹시 모를 사고를 예방해야 할 주의의무가 두 사람에게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상적인 인지와 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의 치매 환자가 자물쇠를 해제하고 안으로 들어가거나 문이 잠겼을 때 창문 밖으로 탈출을 시도하는 일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일이었다"며 "원장 A씨가 출입문 관리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과 보호사 B씨가 내부를 확인하지 않고 문을 잠근 사실은 피해자 사망과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이들이 피해자 유족과 합의했고, 유족도 선처를 탄원하는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