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피습 24시간, 달라진 '정치권 공기'

2024-01-04 01:00
한동훈에 쏠렸던 관심사, 이 대표에게 넘어가나

강청희 전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왼쪽)과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가운데)이 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피습 관련 치료 경과 상태를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4시간 만에 정치권 공기가 달라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비춰졌던 스포트라이트가 이제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얘기다. 이 대표가 2일 피습을 당한 이후 그가 입원 중인 서울대병원에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대표 피습을 둘러싼 검찰·경찰 수사 결과가 여야에 어떤 후폭풍을 불러일으킬지 가늠키 어렵게 됐다.

한방울씩 떨어지는 비로 더욱 쌀쌀하게 느껴진 3일 서울대병원의 온도는 달랐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응급센터 앞은 지지자들과 유튜버, 취재진 등 100여 명 넘는 인파가 집중되며 뜨겁게 달아 올랐다.

병원 곳곳에서 지지자들이 "이 대표님이 걱정된다. 빨리 회복하시길 바란다"라는 말과 구호들을 외치고 있었다. 앞서 전날 이 대표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보고 차량으로 이동하던 중 60대 남성 김모씨의 피습을 받은 바 있다. 목에 1㎝가량의 자상을 입은 그는 현장에서 다량의 출혈을 일으켜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대표는 부산대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마친 뒤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혈관 재건 수술을 받았다.  

이 대표 피습 이틀째인 이날 서울대병원을 찾은 유튜버들과 지지자들은 전날보다는 차가운 분위기로 민주당 관계자가 이 대표 관련 소식을 전해주길 기다리며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오전 11시 15분께 이 대표 병문안을 위해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도착하자 금방 격앙된 분위기로 변했다. 일부 유튜버들이 김 전 총리를 향해 "쇼를 하러 왔느냐", "여기가 어디인 줄 알고 오느냐"며 고성을 내질렀기 때문이다. 

한 유튜버는 개인 방송을 하며 "극우세력들이 이 대표 피습 사건을 '조작된 것'이라고 가짜 뉴스를 퍼뜨린다"며 소리 지르기도 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3일 오전 이재명 대표 문병을 위해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을 방문한 뒤 나서며 취재진에게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이날 비상 의원총회에서 이번 피습 사건에 대한 가짜뉴스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비상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 차원 대책 기구를 통해 법적·정치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피습 사건이 자작극이라는 주장은 가짜 뉴스이고, 명백하게 2차 테러"라며 "당사자들은 동영상 등을 내리는 것을 우선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홍 원내대표는 현장에서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방책에 대해 "우선 정부가 발표한 것이 있기 때문에 향후 정부 발표 내용을 보면서 우리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조치를 강구해서 정부에 제안하겠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 피습 사건을 정치적 사안으로 확대하지 말아 달라는 입장이지만 당 안팎에선 다양한 관측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이 대표의 당 장악력이 강해져 친명(친이재명) 공천 기류가 더 강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번 일로 '비명(비이재명)계'들이 주춤하다"며 "이 때문에 비명계에 대한 공천 고려를 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친명 본색이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민주당 혁신계를 자처하는 비명계 의원 모임 '원칙과상식' 소속 의원들도 예고한 최후 통첩을 미루고 숨 고르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당초 이 대표가 '통합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으면 3일 중으로 중대 발표를 할 것이라 엄포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신당 창당 시기도 순연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이르면 4일 창당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으나 이 전 총리 측도 분위기를 살피는 중이라고 한다.

이처럼 비명계의 입지가 좁아지는 가운데 당 내부에선 이 대표가 '병상 공천·정치'를 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총선이 3개월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병상에서 총선 방향을 구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기자와 전화에서 "시스템 공천이 확립돼 있어 주요 일정은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며 "당이 공천 이슈든 뭐든 어수선해지는 게 더 큰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