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은 신호탄?... 'PF 부실에 1만가구 악성 미분양까지' 건설사 위기 증폭

2024-01-03 16:50

서울 여의도 소재 태영건설 본사 [사진=연합뉴스]


시공능력평가 순위 16위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을 신청하는 등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부실 우려로 건설 경기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미분양 적체가 건설사의 자금경색 위기를 높이고 있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2개월 연속 1만가구를 넘어서면서 건설사들의 ‘돈맥경화’가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만465가구로 집계돼 10월 1만224가구보다 241가구(2.4%) 더 늘었다. 지난해 1월(7546가구) 대비로는 38.7%나 증가한 수치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준공이 끝나 사용검사를 받은 뒤에도 분양되지 않아 회사가 떠안고 있는 물량이다. 준공 후 미분양이 쌓이게 되면 공사비, 이자 등 금융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게 되는 까닭에 건설사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통상 개발 사업에서 부동산 PF는 브릿지론과 본 PF로 나뉜다. 브리지론은 착공 전까지 쓰는 대출로, 부지 매입 등 사업 초반에 일으키게 된다. 사업이 본격 시작되기 전에 대출을 받고, 위험성이 크다 보니 기간은 짧고 본 PF보다 금리가 높다.

이후 사업 착공 시점에는 공사비 기준 일정 비중을 받는 본 PF를 통해 브리지론을 갚는다. 그리고 분양을 통해 받은 분양대금으로 본 PF를 상환하고 하청업체 대금 등을 청산하는 구조다. 그런데 준공 후 미분양이 많으면 이러한 흐름이 막히게 되고, 대금 지급을 못 받은 건설사와 하청업체 등에까지 연쇄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다. 

또 건설사들의 현금 유동성 부담도 커진다. 중도금, 잔금이 원활하게 유입되지 않아 사업비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사업 수익성이 낮아질 뿐 아니라 미분양이 장기간 소진되지 않으면 할인 분양 등 추가적으로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특히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국내 주택사업 비중이 높아 고스란히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처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등 최근 건설업계의 경영 여건이 크게 악화하자 정부도 긴급 대응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일부터 유관기관들과 함께 '건설산업 신속 대응반'을 구성해 가동에 들어갔다. 국토부는 조만간 PF 정상화 등 건설산업 지원책도 발표할 계획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3일 국회에서 열린 '2024 경제정책방향 당정 협의회'에 참석해 "최근 건설 착공이 부진한 가운데 건설업 PF 부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건설경기가 연착륙하도록 건설 금융시장에 PF 보증 등 충분한 자금을 공급하는 한편 일시적으로 유동성 부족을 겪는 사업장 중 사업성이 양호한 곳은 공공의 역할을 확대해 조기 정상화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