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강도 높은 자구안 나오나…'대주주 사재 출연·SBS 지분 매각' 촉각

2024-01-03 07:20
산업은행서 채권단 설명회 개최
11일 워크아웃 결정 여부 가늠자될 듯

[사진=연합뉴스]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신청과 관련, 채권단 설명회가 금일 개최된다. 최근 태영건설 대주주의 자구 노력에 대한 진정성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채권단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자구안을 내놓을지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날 오후 3시 산업은행 본점에서 채권단 400여곳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연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설명회에서 태영건설 자구계획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이 받아들여지려면 신용 공여액 기준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강도 높은 자구 계획이 나오지 않으면 워크아웃 개시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태영건설 자구안으로는 계열사인 종합환경기업인 에코비트, 골프장 운영업체 블루원 등 매각 방안, 대주주 사재 출연, 기타 지분 담보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중 윤세영 태영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어느 정도 규모의 사재를 출연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선 이미 태영그룹이 매각한 태영인더스트리의 오너 일가 지분 1440억원 등을 포함해 최소 3000억원 정도의 사재 출연이 이뤄지지 않으면 채권단이 워크아웃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기에 채권단 일부에서는 주요 계열사인 SBS 지분을 최소한이라도 내놓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태영건설 측은 이미 SBS 지분 매각이나 담보 제공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지만, 채권단 설득이 어려워질 경우 SBS의 지분을 담보로 대출받거나 지분을 일부 매각하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아울러 이번 설명회를 통해 자구안이 도출된 이후 금융당국의 '이행 확약' 절차 요구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워크아웃을 시행하기 전 자구안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겠다는 확약을 이사회 결의로 하는 안이 언급된다.

당국은 태영건설 오너 측이 자구 노력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태영건설은 지난달 29일 만기가 도래한 1485억원 규모의 상거래채권 가운데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451억원을 갚지 않았다. 태영건설 협력업체는 태영건설이 현금 대신 지급한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받았는데, 이를 태영건설에서 상환하지 않은 것이다. 태영건설은 451억원어치는 협력사가 이미 은행에서 할인받은 어음이라서 상거래채권이 아닌 금융채권이 됐다는 입장이다. 워크아웃 신청과 동시에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 따라 상환이 유예됐다는 취지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일 설명회에서 태영건설의 자구 노력이 얼마나 보이느냐에 따라 오는 11일 열리는 채권단협의회에서의 워크아웃 여부가 가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