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과 민생안정" 中 시진핑 신년사 키워드

2024-01-01 13:45
"中경제난 인정…혁신발전 강조"
"인민의 더 나은 삶 만들겠다"
3년 만에 재등장한 개혁개방
대만 대선 앞두고 "조국통일은 필연"
가족사진 배치···'화목한 가정' 비전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2월 31일 중난하이 집무실에서 2024년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중국 국영중앙(CC)TV]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2023년 신년사 키워드는 경제 성장과 민생 안정이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중국 경제가 비바람을 겪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올해는 경제 활력을 높이고 인민들이 더 나은 삶을 살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중국 경제가 대외적으론 미·중 지정학적 갈등, 내부적으론 부동산, 지방부채, 청년실업, 외자 이탈 등 어려움에 맞닥뜨린 가운데서다.
 
"中 경제 비바람에도 혁신발전···인민의 더 나은 삶 강조"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12월 31일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자금성 서쪽 중국 최고지도부가 모여 있는 곳) 집무실에서 발표한 신년사는 이날 중국 중앙(CC)TV 저녁 7시 메인뉴스 신원롄보(新聞聯播) 첫 꼭지로 방영됐다.

시 주석은 이날 신년사에서 "지난해 중국 경제는 비바람 속에서도 체력과 정신, 근육과 뼈를 튼튼히 했다"며 고품질 발전을 추진하고 첨단·스마트·친환경의 신흥 산업이 빠르게 발전했다고 말했다.

특히 시 주석은 자국산 중형 여객기 C919 상용화, 자국산 대형 크루즈선의 시범 항행, 우주선 발사, 유인 잠수정 등 혁신 발전을 높이 평가하며 신에너지차·리튬전지·태양광제품이 중국 제조업에 새로운 활기를 더했음을 강조했다.

동시에 그는 일부 기업들이 경영난에 맞닥뜨리고, 일부 사람들이 취업과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또 홍수·태풍·지진 등 자연재해가 발생하는 것이 모두 걱정된다며 중국 경제가 어려움에 처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중국 정부의 목표는 결국엔 "인민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이어 "자녀 양육과 교육, 청년 고용, 노인 의료 등은 집안일이자 국가의 일"이라며 사회 복지와 민생에 더 힘쓸 것이란 메시지를 보냈다.

또 "오늘날 사회는 속도가 빠르고, 모두가 바쁘며, 일과 생활이 주는 스트레스가 무척 크다"면서 "우리는 따뜻하고 조화(和諧)로운 사회 분위기를 만들고, 포용적이고 활기찬 혁신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개혁개방' 3년 만에 재등장···조국통일은 역사적 필연
시 주석은 "2024년은 신중국 설립 75주년이 되는 해"라며 중국식 현대화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고품질 발전을 실현하고, 발전과 안보를 균형 있게 다룰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경제 회복의 양호한 모멘텀을 더 공고히 함으로써 경제의 장기적 발전을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개혁개방을 전면적으로 심화하고 발전 자신감을 높여, 경제 활력을 높이고 교육·과학기술·인재 육성을 대대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임도 강조했다. 

시 주석이 신년사에서 개혁개방을 언급한 것은 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중국 정부가 국가 안보 강화를 이유로 사회 경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것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의 우려가 커진 가운데서다. 지난해 1~11월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 감소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대만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시 주석은 "조국통일은 역사적 필연"이라며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동포는 함께 민족 부흥의 위대한 영광을 누려야 한다"고만 간략히 말했다. 

오는 1월 13일 치러질 대만 총통선거에서는 대만 독립 성향의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여론조사 선두를 지키는 상황에서다. 중국 대만사무판공실은 지난달 30일 라이 후보를 향해 "완고한 대만 독립론자", "양안 평화 파괴자"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가족사진 대거 배치···'화목한 가정' 비전 제시
2023년 12월 31일 시진핑 주석이 집무실에서 2024년 신년사를 할 당시에 서가에 배치된 사진. 시진핑 부부가 부친 시중쉰과 모친 치신 여사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왼쪽)과 시진핑 주석이 펑리위안 여사와 딸과 함께 찍은 사진. [사진=중국 국영중앙(CC)TV]

시진핑 주석이 신년사를 발표할 때마다 배경으로 나오는 집무실 서가의 사진들도 올해 주목 받았다. 사진의 교체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올해 공개된 26장 중 15장이 새로 교체됐다. 홍콩 명보는 지난해 신년사 때 서가에 가족사진 4장만 배치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가족과 찍은 사진이 대거 눈에 띄었다고 보도했다. 특히 지난해 탄생 110주년을 맞이한 부친 시중쉰 전 부총리의 사진,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찍은 사진, 시진핑 부부가 부모님과 함께 찍은 사진, 펑 여사와 딸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 등이 새로 배치됐다.

중국 국영중앙(CC)TV는 시진핑 주석이 2012년 18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총서기로 취임한 이후 줄곧 가족·가풍건설·가정교육 등에 대한 중요 연설을 해왔다고 전했다. 명보는 시 주석이 신년사에서 가정생활의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지난해 1월 베이징 국방부 청사에서 화상회의를 개최해 군 부대 전투준비 작업을 점검하는 사진 ▲지난해 3월 시 주석이 양회에서 100% 지지율로 국가주석과 중앙군사위 주석에 당선된 후 선서하는 사진 ▲4월 '리치의 고향' 광둥성 마오밍 리치 농장 시찰 사진 ▲6월 네이멍구  바옌나오얼 임업단지 시찰 사진 ▲9월 저장성 이우 국제상품무역성 시찰 사진 ▲10월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식 기념사진 ▲11월 베이징 먼터우거우 먀오펑산진 수해 복구 현장 시찰 사진 ▲12월 광시자치구 라이빈 사탕수수 기지 시찰 사진 등이 서가를 새로 장식했다.

이를 통해 고품질 경제, 식량 안보, 농업 발전, 중국군 현대화, 자연재해 예방, 환경보호, 대외무역, 글로벌 정상외교 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9월 저장성 이우 국제상품무역성을 시찰하는 시진핑 주석(오른쪽). 2023년 12월 31일 시진핑 주석이 집무실에서 2024년 신년사를 할 당시에 서가에 배치됐다. [사진=중국 국영중앙(CC)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