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동 6개국 GCC와 FTA 협상 타결...K-방산 수출길 활짝
2023-12-28 10:07
한-GCC 장관 회담 계기, 최종 타결 공동선언문 서명
FTA 발효시 한국 89.9%, GCC 76.4% 관세 철폐·감축
FTA 발효시 한국 89.9%, GCC 76.4% 관세 철폐·감축
한국이 중동 6개국 협력 기구인 걸프협력이사회(GCC)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주요국에서 방위산업 수요가 큰 만큼 이번 FTA 체결로 'K-방산' 수출 상승세에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된다.
2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산업부 장관 후보자)과 자심 모하메드 알 부다이위 GCC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에서 장관급 회담을 열고 한·GCC FTA 협상 최종 타결을 확인하는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GCC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오만 등 6개국으로 구성된 경제협력체다.
2008년 첫 협상 이후 15년 만에 타결
한·GCC FTA는 우리나라가 체결한 25번째 FTA(협상 타결 기준)다. 아랍권 국가와는 지난 10월 타결한 한·UAE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에 이어 두 번째 사례다. GCC는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과만 FTA를 체결했다. 중국, 일본, 영국 등과는 협상 중이며 유럽연합(EU), 호주, 인도, 터키 등과는 협상을 중단한 상태다. 이번 FTA 타결로 우리나라가 중동 시장에서 비교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한·GCC FTA는 2008년 1차 협상이 시작됐지만 2010년 GCC 측이 한국을 비롯한 모든 국가와 FTA 협상을 중단하면서 10년 이상 진전이 없었다. 지난해 재협상에 돌입해 15년 만에 최종 타결을 이뤄냈다.
산업부는 "올해 한국과 GCC 주요국 간 정상회담이 연이어 개최되면서 조속한 한·GCC FTA 협상 타결 필요성에 대한 강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두 차례 공식 협상과 다수 회기 간 회의, 수석대표회의 등을 집중적으로 개최한 결과 이날 타결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사우디를 포함한 GCC 6개국과 한국 간 교역 규모는 지난해 기준 1026억 달러다. 한국은 GCC에서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알루미늄을 포함한 에너지·자원 관련 품목을 주로 수입한다. 또 GCC에 자동차·부품과 기계류를 포함한 제조 물품과 무기류를 수출하고 있다.
방산·자동차·기계 수출관세 단계적 철폐
이번 FTA가 발효되면 한국은 89.9%(품목 수 기준), GCC는 76.4%에 대한 관세를 20년 내에 철폐하거나 감축할 예정이다.무기류인 로켓 발사기, 미사일, 탄약, 포, 전차·장갑차 등 대부분 제품에 대한 관세가 없어진다. 사우디, 카타르 등 중동 국가에서 방산 수요가 높은 만큼 관세 철폐를 계기로 K-방산 수출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양측 간 양허 균형을 맞추기 위해 최대 수입 품목인 원유는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밖에 소고기, 인삼류, 조미김, 어묵 등 주요 농축수산물 관세도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피부·눈 메이크업 제품 등 화장품과 의약품, 의료용 기기도 관세 철폐 대상이다.
대추야자와 홍차 등 GCC가 주로 수출하는 농축수산물은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아 관세 철폐에 따른 피해가 거의 없다. 서비스 분야는 GCC 주요국 영화·비디오 배급 서비스, 의료 서비스 등이 한국에 개방된다. 업무를 목적으로 한 GCC 국가 입국·체류 조건도 개선된다.
안덕근 본부장은 "지난 10월 한·UAE CEPA에 이어 한·GCC FTA 타결로 '신(新) 중동 붐' 확산을 위한 주요한 계기가 마련됐다"며 "GCC와 긴밀히 협력해 중동 전역은 물론 인접한 아프리카 권역까지 산업·에너지·자원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한·GCC FTA 협상 타결 선언 이후 법률 검토와 협정문 국문 번역 등을 거쳐 내년 중 정식 서명을 추진한다. 이후 경제적 영향 평가와 국회 비준 동의 등 각국 국내 절차를 거쳐 가급적 이른 시기에 협정이 발효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