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개인 vs 외인 간 '쩐의 전쟁'… 최종 결과는 '개미 판정승'

2023-12-27 05:00
개인 '포스코홀딩스', 외인 '삼성전자' 집중 매수...수익률 보니 포스코홀딩스가 2배 많아

[그래픽=아주경제]
2023년 주식시장은 기관들이 뚜렷한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하는 사이 개인투자자와 외국인투자자들이 서로 상반된 종목들을 선택하며 한판 붙었다. 결과만을 놓고 보면 개인투자자들이 외국인투자자들을 앞선 채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연초부터 거세게 일었던 이차전지 열풍 수혜를 개인투자자들이 톡톡히 봤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이차전지 관련 종목들에는 공매도를 걸고 삼성전자 등 반도체 대장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하지만 반도체 업황 회복이 더뎌지며 이차전지, 반도체 모두 수익률이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 증시 개장 이후 이달 22일까지 외국인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11조3320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12조3530억원을 사들인 지난 2016년 이후 두 번째로 큰 순매수 규모다. 

외국인투자자들 주머니에서 나온 돈은 대부분 한 곳으로 몰렸다. 삼성전자다. 같은 기간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사는 데 16조2870억원을 투입했다. 전체 순매수액보다 더 큰 규모로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였다.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3526억원을 순매도했다. 적극적으로 국내 주식 비중을 줄였다고 볼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2020년 이후 줄곧 순매수세를 유지해왔는데 올해 처음으로 순매도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제로금리까지 떨어진 2020년과 2021년 개인들은 각각 63조9240억원, 76조9320억원 규모로 뭉칫돈을 풀며 국내 주식을 사들였다. 금리 인상기에 본격적으로 들어간 지난해에도 25조3690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올해 상반기부터 증시가 조금씩 회복하자 수익구간에 접어든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을 매도해 수익을 실현했다. 그러면서도 이차전지 관련종목들은 사들였다. 대표 종목이 POSCO홀딩스(포스코홀딩스)다.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산 매수 강도만큼은 아니지만 올해 포스코홀딩스에는 개인 순매수 자금 11조3660억원이 몰렸다. 2위인 LG화학 주식에 1조9390억원 베팅한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올인했다고 볼 수 있다.

결과를 보면 올 한해 주식시장에서 벌인 개인투자자와 외국인투자자들의 한판 '쩐의 전쟁'은 개인투자자들의 판정승으로 끝나게 됐다.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인 삼성전자와 포스코홀딩스의 주가 상승률을 살펴보면 포스코홀딩스가 크게 웃돌기 때문이다. 

연초 포스코홀딩스 주식을 사서 아직까지 보유하고 있는 개인들의 경우 누적 수익률(1월 2일~12월 26일 종가 기준)이 74.08%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이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38.02% 오르는 데 그쳐 개인투자자들의 수익이 2배에 달한다.  

올해 2거래일만 남겨 놓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차전지에 베팅한 개인들이 반도체, 삼성에 집중한 외국인들을 넘어섰다고 볼 수 있다.

새해에는 이 같은 분위기가 반전될 것으로 보인다. 4분기 들어 이차전지 관련 종목들의 상승세가 멈춘 가운데 반도체 업황이 크게 회복되며 관련 종목들이 상승세로 반전했기 때문이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여전히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관련주들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외국인투자자들의 입김이 다시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주식시장 특성 상 외국인들에 의해 분위기가 좌우되는 경향이 크고 이차전지 업황 자체도 현재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는 수급, 대외적으로는 산업 성장성 등이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변수들을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유연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