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의 영토확장, 한국에 이어 미국도 정조준…국내 업계 예의주시

2023-12-27 15:07

BYD 전기차 SEAL의 모습 [사진=BYD]
전기차 및 배터리 제조사인 BYD(비야디)가 중국 승용차 불모지였던 한국과 북미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 전기버스로 한국에서 입지를 키워 온 BYD는 배터리 공급으로 한국 승용차 시장에 간접 진출하는가 하면, 멕시코를 미국 수출을 위한 생산 기지로 만들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 입장에서는 안방 시장에서 보급형 전기차 시장을 뺏기는 동시에, 수십조원을 쏟은 북미에서는 시장 선점 효과가 희석될 우려가 생겼다.

27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등에 따르면 올해 1~11월 국내 수입 상용차(버스·트럭·특장) 시장에 보급된 BYD 차량은 440대로 전년 동기 73대보다 502.7% 증가했다. 점유율은 4.7%로 전체 3위다.

BYD의 가파른 성장에는 국내 수입 전기버스 시장에서의 높은 입지와 전기트럭 TD4 등 신차 출시 효과 등이 있다. 

여기에 더해 BYD는 한국 승용차 시장 간접 진출로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BYD가 만든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KG모빌리티의 토레스 전기차 EVX는 지난달 출시와 동시에 1333대가 팔렸다. 

BYD와 KG모빌리티는 한국에서 배터리팩 공장을 지으며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공장에서 만들어진 배터리 팩은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인 KG모빌리티 전기 픽업트럭 'O100'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동안 상용차 위주로 국내 시장을 공략했던 BYD는 EVX 유통을 통해 자사 배터리의 안전성과 성능 등을 국내 소비자들에게 입증할 기회를 얻게 됐다. KG모빌리티로서는 BYD와 협업을 일찌감치 결정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국내 배터리 업계의 셈법은 복잡하게 됐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2026년 양산을 목표로 LFP 배터리 개발을 추진한다고 한 상황인데, 그사이 국내 '가성비 전기차' 시장에서의 LFP 수요를 BYD가 흡수하게 되면서다. 
 
멕시코을 통해 북미 시장을 우회 진출하려는 BYD와 국내 기업간의 경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BYD는 저렴한 노동력에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혜택이 적용되는 멕시코를 발판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 하고 있다. 멕시코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를 확대하는 동시에 전기차 제조 시설을 만들며 미국을 공략하는 전진기지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한국 기업들은 IRA로 중국 경쟁사의 입지가 좁아져 이득을 볼 것으로 예상해 수십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새로운 대응 전략을 짜야 할 상황을 맞게 됐다. 백악관에 따르면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는 555억 달러(약 7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은 멕시코에 생산 설비를 늘리고 있어 이에 필요한 배터리 수요도 증가할 전망이다. 테슬라는 올 2월 멕시코 누에보레온주에 새 공장을 지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BMW는 8억 유로가 투입될 전기차 생산 공장 구축 계획을 공개했고, 제너럴모터스(GM)는 2024년부터 멕시코 코아우일라주 공장에서 전기차만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의 북미 투자 계획은 미국·캐나다 접경지 중심이었기 때문에 주 고객사인 전기차 업체의 생산 계획에 맞춰 멕시코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었다. 그러는 사이 BYD의 멕시코 시장 강화로 국내 업계는 새로운 대응 전략을 짜야 할 상황을 맞게 됐다.

이미 BYD는 멕시코에는 다섯 번째 모델인 'SEAL'을 내놓으면서 수입차로서 인지도를 다졌다. 해당 광고 카피는 "LA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 한 번에 달릴 수 있다"로 미국 진출을 시사하기도 했다. 

BYD는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 주정부와 전기버스 구매계약도 체결하고, 뉴욕에서는 연구개발 인재채용까지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박정규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겸임교수는 "BYD는 배터리와 전기차 제작에 모두 능한 업체로, 기술 수준이 국내 배터리 업계에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며 "완성차 업체로서는 굳이 가격이 더 비싼 국내 업체 배터리를 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BYD가 최근 멕시코에 출시한 SEAL 전기차 홍보 SNS [사진=BYD USA SNS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