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의 몰락] "이자 부담 심각한데 집값 떨어지네"···영끌 막차 탄 중소형 아파트 집주인들 비명

2023-12-21 18:00

서울 도심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 2020년 경기 광명시 전용 59㎡ 아파트를 분양받은 김모씨(32)는 약 1년째 매달 원리금 상환과 이자로만 200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집값 고점 시기에 무리해서 대출받아 힘들다는 생각이 많다. 내년 미국 기준금리가 인하되기만을 기다리며 버티고 있는데, 요즘 집값 하락세와 내년 하락 전망 관련 뉴스를 접하고 위기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서울 중심지도 실거래가가 하락하는데 경기도라서 더 불안하기 때문이다.

# 서울 외곽 구축 아파트를 2021년 10억원 가까이에 매입한 30대 초중반 부부는 지난달 부동산중개업소에 연락해 집을 내놨다. 매입 자금을 마련하느라 대출이자가 나가고 있음에도 최근 집값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입주 시 인테리어 비용까지 고려하면 2억원가량 손해를 보고 팔게 되지만 더 떨어지기 전에 매도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반등하던 아파트 가격이 최근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이 같은 흐름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된다. 집값 상승기 막바지인 2021년 이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로 주택을 매입한 집주인들 사이에 비명이 나오는 이유다. 고금리에 이자 부담이 늘었더라도 주택 매입 당시 가격보다 높게 유지되면 버틸 만하지만 떨어지는 집값에 그대로 떠안아야 할지 고민도 커지는 모습이다. 

2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상당수 영끌족이 매입한 서울 소형·중소형 아파트 가격이 2021년 초 가격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

KB부동산 서울시 월간 아파트 전용면적별 매매가격지수를 살펴보면 지난달 소형 87.01, 중소형 90.71을 각각 기록했다. 이는 2021년 1월 소형 85.38, 중소형 87.37과 격차가 크지 않은 수준이다. 해당 지수는 지난해 1월 가격을 기준점(100)으로 그 전후 아파트 가격이 얼마나 변동했는지 알려주는 지표다.

특히 올해 소형·중소형 아파트가 중형 이상 면적과 달리 큰 폭으로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실제 대형 아파트 가격 지수는 2021년 1월 87.22에서 지난달 101.27로 격차가 컸다. 같은 기간 중형 아파트 가격 지수도 87.94에서 93.54로 격차가 작지 않았다.

유독 소형·중소형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2020년 이후 해당 면적 아파트를 대거 매입한 영끌족과 연관이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영끌족이 대규모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해 아파트를 경매로 넘기거나 매도하는 등 매물이 많아 가격 하락 압력이 더욱 강하다는 진단이다.

문제는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서울 아파트 가격 하락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이 21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을 보면 12월 셋째 주(1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04%로 3주 연속 내림세를 보였고 낙폭도 커졌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도 0.05% 내려 4주 연속 하락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최근 '2024년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 세미나'를 통해 내년에는 올해보다 부동산 가격이 2%가량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5월부터 이어진 아파트 가격 상승기에도 상대적으로 매물이 많아 가격이 떨어졌던 소형·중소형 아파트는 이달 이후 하락세가 더욱 급격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30 영끌족들이 자주 찾는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가격 하락 흐름이 이어지면 더 큰 손실을 피하기 위해 매도해야 하는지 등 대응 방법을 묻는 게시글도 볼 수 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로 지탱하고 있는 영끌족들이 내년에는 점점 버티기가 어려워지는 분위기"라며 "금리 상승과 대출 규제 등으로 거래 감소와 관망세가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