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미술품·한우, 증권처럼 거래 못한다…"투자계약증권 장내 상장 불가능"

2023-12-22 05:00
거래소 "소유권 결합 형태 투자계약증권, 양도 제한 문제로 상장 어렵다"

그래픽=허하영 기자



한국거래소가 미술품, 한우 등 투자계약증권 형태를 띤 조각투자 상품에 대해서는 장내 상장이 불가하다는 방침을 밝혔다. 일반 증권과 달리 미술품과 한우는 조각투자자들이 소유권을 주장하기 어려워 투자자 보호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1일 조각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거래소는 조각투자사업자 등 신종증권 상장희망법인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투자계약증권에 대한 소유권 구조를 바꾸지 않는 이상 장내 상장해 거래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주식처럼 미술품, 한우 투자계약증권을 서로 사고팔 수 있을 줄 알았던 관련 업계는 "현재로서는 조각투자 유통시장 활성화 자체가 어려워졌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거래소는 장내 디지털증권시장을 개설해 투자계약증권(한우, 미술품)과 비금전신탁수익증권(부동산, 저작권) 유통시장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전자증권 전환이 필수라고 선을 그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금전신탁에 한해 수익증권(전자증권) 발행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비금전신탁수익증권에 규제 샌드박스를 지정해 수익증권 발행이 가능하도록 허용했다. 부동산과 저작권은 전자증권으로 전환이 가능하지만 지명채권 방식으로 만들어진 투자계약증권(한우와 미술품)은 불가능하다.

현재 부동산과 저작권은 등기·등록 절차가 있어 조각투자를 한다 해도 소유권과 양도 이전에 문제가 없다. 그러나 관련 제도가 없는 미술품과 한우는 소유권을 공유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장내 거래 기준에는 부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민법상 미술품과 한우 소유권을 주장하려면 매번 공증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하루에도 수십만~수백만 건이 거래되는 장내 유통시장에서는 불가능해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투자계약증권 자체가 안된다는 것은 아니다. 소유권 결합 및 공유 방식에서 양도제한이 있어 반드시 상장 요건에 부합한 뒤 들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역시 "조각투자회사 투자계약증권은 모두 권리 이전이 어려워 전자증권 형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소유권을 공유하는 형태로 분할해 거래할 수 있는 투자계약증권이 아니라면 상장은 가능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조각투자로서 의미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조각투자사 상장 요건과 시장 진입과 관련한 규제도 함께 내놓았다. 금융사 수준 신뢰성을 요구해 스타트업 위주인 조각투자사들이 맞추기 어렵다는 불만이 나온다.

자기자본 20억원 이상에 공시 역량, 임원 자격, 이해상충 방지, 내부통제 기준 등 종전 거래소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도산에 대비한 준비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미술품을 조각투자한 회사가 도산했을 때 해당 그림에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소유권을 우선 인정하기 위한 신탁 작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투자계약증권은 신탁 없이 공모를 진행하기 때문에 발행사 권한이 더 강하다. 해당 기업이 도산하면 투자금을 돌려받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투자계약증권에 한해 지정자문인 선임도 의무화된다. 발행인의 장내 상장상품 운영에 대한 신뢰도 확보를 위해 증권사의 자문 역할이 요구된다. 지정자문인 1사 선임을 통한 상장적격성 심사를 받고 보고서 제출을 해야 한다. 증권사는 발행사와 함께 상품 설명서를 공동 신고하고 상장 후 1년간 신고 공시 의무를 따라야 한다.
 
조각투자업계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조각투자업계 관계자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데 대안 준비 대신 안 된다는 얘기만 늘어놓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요건이 없어 상장을 하지 말란 소리로 들렸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이 같은 형태라면 조각투자 유통시장 활성화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