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이루마가 자신이 작곡한 곡을 연주하는 이유
2023-12-27 14:45
지난 2001년 앨범 ‘러브 신’으로 데뷔한 후 드라마 ‘겨울연가’ OST인 ‘When the love falls’로 큰 인기를 얻은 이루마는 어느덧 데뷔 22주년을 맞이했다. 내년 1월7일 7년 만에 단독콘서트를 진행하는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봄을 닮은 겨울’이라는 ‘2024 이루마 월드투어‘ 제목이 인상깊었다. 계절에 대한 추억이 있나. 계절을 통해서 어떤 영감을 받는지 궁금하다
-시절에 집과 작업실만 오가면서 영감을 얻은 작품들이 많다. 누구나 계절에서 느껴지는 바람의 감촉을 통해서 추억들을 떠올리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제 공연을 기억 여행이라고 한다. 제 음악과 관객들의 계절에 대한 기억이 합쳐지면서 공연이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계절이라는 것 자체가 기억이고 제 공연을 통해서 관객들만의 계절을 떠올렸으면 좋겠다.
스스로의 음악 장르를 규정한다면?
-장르가 될 수는 없다. 가요적인 측면에서는 구분할 수 있겠지만 내가 하는 공연에서는 규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새로운 클래식이라는 의미로 네오클래식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어떤 음악의 장르이건 간에 좋은 음악을 하고 싶다.
음악을 삶의 배경음악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 의미가 궁금하다
-음악을 삶의 배경음악이라고 한 이유는 제 음악을 들으면서 음악에 대한 추억을 떠올렸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내 음악이 사람들의 삶의 배경이 되고 기억을 떠올려 볼 수 있는 음악이었으면 한다.
7년 만에 서울 단독콘서트인데 소감이 어떤가
-대한민국 사람인데 이름 때문에 오해를 많이 하시더라(웃음). 우리나라에서 인정을 받아야 다른나라에서도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더욱 기대된다.
왜 이렇게 오랜시간이 걸렸나. 7년 만에 공연을 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코로나 직전에 공연을 준비했다가 여러 상황들 때문에 못했다. 그리고 제 스스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코로나가 끝나고 공연들이 많아져서 부담이 생겨서 이제야 공연을 하게 된 거다.
큰 공연을 많이 했는데 무대공포증 같은 건 없나
-원래 무대공포증이 심해서 항상 떨린다. 무대에서 악보를 까먹은 적이 많아서 선생님께서도 무대 체질이 아닌 것 같다고 하셔서 작곡을 하게 된 거다. 긴장감은 항상 가지고 있지만 내면에서 최면을 걸고 있다. 그래서 단 한번도 나 스스로를 연주자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제가 쓴 곡을 직접 피아노로 연주하는 게 관객들에게 가장 잘 보여드릴 수 있기 때문에 피아노 연주를 하는 거다.
해외공연에 현지 관객들이 많은데 해외 팬들한테 인기가 많은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나
-갔는데 우리나라 분들이 별로 없어서 서럽긴 하지만 현지 분들이 관심을 많이 가져주셔서 기쁘기도 하다. 요즘에는 인터넷을 통해서 제 곡이 알려지면서 원곡자인 제 라이브 연주가 궁금해서 오시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다.
해외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곡으로 길거리 버스킹 하시는 분들이 많더라. 그럴 때마다 기분이 좋다. 얼굴은 못 알아보셔서 내가 원곡자라고 하면 안 믿는 분들이 많은데 내가 직접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믿는다 (웃음). 저는 연주 전공이 아니라 작곡을 전공했다. 나를 알리는 게 중요했고 그 다음에 나의 음악을 쓰는 게 계획이었다. 클래식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제 음악을 통해서 입문을 하는 경우가 많더라. 저는 저평가 되더라도 상관없다. 제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집중하고 싶다. 대중이 아닌 나를 만족시키는 음악을 하고 싶다.
공연을 할 때 가장 기대되는 도시가 있나
-연주를 하던 간에 다 비슷하다. 방에서 친구들한테 연주를 하듯이 편하게 연주를 하려고 하고 있다. 한군데를 꼽자면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다. 네 번째 공연이고 오페라 하우스를 리뉴얼했는데 어떻게 리뉴얼 됐을지 기대된다.
이루마처럼 연주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
-마음대로 끌리는대로 하면 된다. 클래식이 아니기 때문에 특정하게 잘 치는 방법은 없다.
이루마 공연의 관전포인트가 있나
-이루마, 나 자신이다. 그때만 느낄 수 있는 연주를 경험할 수 있을 거다.
이번 공연에서 들려주고 싶은 곡이 있나. 데뷔 23년이 됐는데 왕성한 창작력의 원천은 뭔가
-음악을 왕성하게 쓸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점점 나이가 들수록 한 곡을 쓰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 같다.
이루마의 다음 스텝은 뭔가
-목표를 세우고 일을 하는 편이 아니라서 흘러가는 대로 한다. 계획을 세웠을 때 안 되면 실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뮤지션들에게 인정받는 뮤지션이었으면 좋겠다. 클래식 연주자들에게 제 곡을 주고 싶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클래식 쪽이나 연주 음악을 하는 분들이 갈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 그래서 계약서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계약서를 꼼꼼하게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