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란의 배터리 아틀라스] 전기차 충전기도 보조금 규정이?…'바이 아메리카' 뭐길래

2023-12-19 06:00

지난 6월 SK시그넷 미국 공장 준공식 [영상=SK시그넷]
국내 기업이 4조원으로 예상되는 미국 전기차 충전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출사표를 던진 곳은 LG, SK, 롯데 등 굴지의 대기업이다. 물론 현지 시장에 연착륙하기 위한 선결 조건도 있다. 전기차 충전기에도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같은 생산 보조금 규정이 존재해 현지 생산 거점 확보가 불가피해진 점이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시그넷, LG전자에 이어 롯데정보통신이 미국 진출 계획을 알렸다.
 
롯데정보통신 자회사 EVSIS의 전기차 충전소 전경 [사진=롯데정보통신]

이날 롯데정보통신 자회사 EVSIS는 최근 전력계량법(CTEP, NTEP)에 관한 인증 획득을 통해 북미시장 진출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올해 초 미국 완속, 중급속, 급속충전기 제품 안정성 및 전자파 적합성(NRTL)에 관한 인증을 시작으로 9월에는 에너지 효율성(Energy Star)에 관한 인증을 완료했다.

특히 이날 EVSIS는 미국 BAA(Buy America Act) 정책에 부합하기 위해 미국 현지법인과 공장, 글로벌 공급망 관리체계 구축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BAA 정책에 따르면 내년 7월부터 충전기 제조 시 미국산 자재를 사용해야 하며, 미국 원산지 부품의 비중이 55%(비용 기준)를 넘어야 한다. 

이는 SK시그넷이 일찌감치 현지 생산거점을 만들게 된 배경이다.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게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회사는 올해 6월 미국 텍사스주에 전기차 충전기 생산 공장을 완공했다. SK시그넷은 현지 생산기지에 우선 15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이후 증설에 500억원까지 투입한다는 계획까지 세워뒀다.
 
LG전자의 전기차 충전 서비스 [사진=LG전자]

LG전자는 지난 11월 완속·급속 전기차 충전기 라인업을 중심으로 미국 시장 진출에 나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현지 생산에 대한 계획은 밝히지 않고 있다.

LG전자는 완속 및 급속충전기를 내세워 내년 상반기 내 미국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BAA의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연말까지는 현지생산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 업계가 미국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더라도 넘어야 할 파고는 있다. 전기차 급속충전기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인 '파워모듈'에 대한 수급 문제다. 파워모듈은 충전기 원가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고가의 부품인데, 현재 이 부품을 만드는 곳은 소수의 중국 업체뿐이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은 파워모듈 설계를 가지고, OEM 방식으로 미국에서 생산해 보조금 규정에 대응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미국 내 신차 판매량 가운데 전기차 비중은 오는 2025년 20%, 2030년에는 50%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2030년까지 미국 전역에 전기차 충전소 50만곳을 구축하려는 미국 정부의 계획에 따라 전기차 충전기 시장 규모도 2025년이면 32억 달러(약 4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