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 삼성·ASML 공동 연구센터 들어서나...2나노 첨단 공정 경쟁 본격화

2023-12-14 07:06

네덜란드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 전경[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이 약 1조원을 투자해 차세대 메모리 개발을 위한 반도체 연구개발(R&D)센터를 한국에 설립하기로 결정하면서 양사 첫 합작 기지로 경기도 화성이 유력하게 부상하고 있다. 첨단 반도체 생산 전초기지가 될 R&D센터는 2나노 선로 개발에 필요한 극자외선기술(EUV) 공동 개발을 통해 국내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생태계 선진화를 견인하고 향후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와 경쟁하는 최첨단 공정에서도 우위를 선도할 방침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ASML은 1조원(약 7억 유로)을 투입해 한국에 반도체 제조기술 R&D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ASML은 최첨단 반도체 양산에 필요한 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유일한 기업으로, ASML이 국외에 R&D센터를 설립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ASML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이 글로벌 1위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차세대 노광 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한국에 투자를 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노광 공정은 반도체 8대 공정 중 하나로 웨이퍼에 복잡한 전자회로를 인쇄하는 과정이다. 회로가 가늘고 촘촘할수록 웨이퍼 한 장에서 더 많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첨단 공정에서는 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 단위로 회로 선폭을 줄이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ASML이 생산하는 EUV 노광장비는 빛의 파장이 기존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보다 짧아 초소형 칩에 더 미세한 회로를 그릴 수 있다. 7나노 이하 반도체 초미세 공정을 위해서는 ASML 장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게 업계 설명이다.
 
업계는 경기도 화성에 R&D센터가 들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ASML은 현재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 1만6000㎡ 부지에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지하 4층~지상 11층 2개 동 규모로 '화성 ASML 뉴 캠퍼스'를 조성 중이다. ASML은 이곳에 2400억원을 투자해 심자외선·극자외선 노광장비와 관련한 부품 등 재제조 센터와 첨단 기술을 전수하기 위한 글로벌 트레이닝 센터 등을 건립한다는 방침이다.
 
재제조센터가 들어서면 ASML 장비를 구입한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해외에 제품을 이송해 수리를 맡기지 않아도 국내에서 부품 조달과 장비생산, 재조립 등이 가능하다. ASML이 제조공장과 R&D센터 설립 전 사전 작업으로 재제조센터를 설립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시너지 효과를 위해서도 화성만 한 입지가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화성에는 반도체국가산업단지와 더불어 D램, 낸드, 파운드리 제조시설을 모두 갖춘 삼성전자의 최대 규모의 사업장이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R&D센터를 통해 극자외선기술 미세공정 혁신을 주도한다는 방침이다. 2025년 TSMC와 삼성전자 등이 2나노미터 양산을 목표로 하는 만큼 이 공정의 핵심 기술인 ASML의 '하이 NA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둘러싼 물밑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공동 R&D센터를 통해 차세대 노광장비를 조기에 도입할 것"이라며 "적절한 시기에 장비를 조달하는 것은 생산 비중 확대에 기여해 시장을 주도하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업계도 이번 성과를 높게 평가했다. 국내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총 투자액 1조원 가운데 ASML 지분은 크지 않겠지만 투자액보다 ASML 노광 기술력의 정수를 확인할 수 있는 핵심 시설인 R&D센터를 세계 최초로 유치했다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며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에 따라 중국 수출이 막힌 ASML의 한국 공들이기와 최첨단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주도권을 높여야 하는 삼성 측 목표가 맞닿아 있는 만큼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기회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