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돌연 '장고'에 들어가면서 당내 안팎에서는 '사퇴론'이 분출하고 있다. 김 대표에 대한 거취 압박은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지금의 김기현 지도부가 붕괴되고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1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향후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불출마를 선언하는 대신 대표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퇴설을 일축했다.

그는 "김 대표가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된다고 해도 마땅히 위원장직을 맡을 인물이 당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 11일 "사즉생의 각오로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이후 여권에서는 김 대표를 향한 사퇴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김 대표의 사퇴가 있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용호 의원은 김 대표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대표님의 희생과 헌신이 불출마나 험지 출마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당 대표로서 응답하는 정치적 책임일 뿐이므로 대표직을 내려놓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 의원은 "대표님께서 오늘 일정까지 중단하신 것을 보면, 당과 윤석열 정부의 성공,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헌신할 방법을 놓고 깊이 숙고 중인 것이 아닌가 짐작한다"고 했다. 

하태경 의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당내에서는 (김 대표가) 불출마한다는 것이 기정사실"이라며 "(인요한) 혁신위원회에 밀려서 하는 모습은 안 보여주겠다는 것인데 제가 볼 땐 (김 대표의) 정무적 타이밍 감각이 (장 의원과) 다르다. 장 의원 불출마와 비교했을 때 큰 감흥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태흠의 생각'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 "국민의힘이 혁신하고 국민께 신뢰를 되찾는 길은 김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무한 책임을 지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에 대한 사퇴 압박은 장제원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더욱 거세졌다. 장 의원의 불출마는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주류 희생' 요구에 호응한 첫 사례다. 당 지도부와 중진·친윤(친윤석열)계 험지 출마·불출마에 '친윤핵심' 3선 의원이 반응한 것이다. 

김 대표의 잠행과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대한 야당 측의 시선은 차가웠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처음에는 (불출마를) 안 한다고 하다가 한 거 아니냐. 본인 뜻대로 되지 않는 내부 요인이 있어 굴복한 게 아닌가 짐작한다"고 꼬집었다. 

김 대표가 일정을 취소하고 잠행한 것에 대해서도 "향후 공천 방향이나 당의 기조하고 맞지 않는 내부 균열이 있기 때문에 이런 비정상적인 정치 행보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