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비자 기만 '슈링크플레이션' 대응...용량 변경 표시 의무 제도화

2023-12-13 08:00
실태조사 결과 생필품 5개 품목 용량축소 확인
모니터링 체계 구축, 신고센터도 만들기로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최근 제품 가격을 올리는 대신 몰래 용량을 줄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 현상과 관련해 정부가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앞으로 용량 변경 표시의무를 제도화해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방침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용량 축소 등에 대한 정보제공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방안 마련에 앞서 한국소비자원이 진행한 '참가격(가격정보 종합포털 사이트)' 내 73개 슈링크플레이션 관련 가공식품 품목(209개 상품) 실태조사 결과 견과류(16개), 소시지(1개), 치즈(2개) 등 3개 품목 19개 상품에서 용량을 축소한 사실이 발견됐다. 

구체적으로 '바프(HBAF)'의 허니버터아몬드 등 견과류 16개 제품, CJ제일제당의 백설 그릴 비엔나(2개 묶음 상품), 서울우유협동조합의 체다치즈 20매 상품과 15매 상품 등의 용량이 최소 7.7%에서 최대 12.5%까지 용량을 줄었다. 바프의 경우 허니버터아몬드 등의 용량 변경 사실을 자사몰을 통해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3일부터 운영한 '슈링크플레이션 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된 53개 상품을 조사한 결과 우유(2개), 사탕(7개) 등 2개 품목 9개 상품에서 용량 축소가 확인됐다.

공정위는 "언론에 슈링크플레이션으로 보도된 건에 대한 조사결과까지 포함할 경우 총 9개 품목 37개 상품에서 용량 축소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소비자원과 제조사와의 자율협약을 추진해 제품 용량 변동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기로 했다. 용량 변경시 해당 사실을 자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사전에 소비자에게 알리도록 유도하고 소비자원에도 이를 통지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소비자원과 유통업체 간 자율협약을 통해서는 유통사가 취급하는 1만여개 상품에 대한 용량정보를 제공받아 용량변경에 대한 전방위적인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한다고 했다. 
 
모니터링 대상 범위도 늘리기로 했다. 한국소비자원은 내년부터 가격조사전담팀을 신설해 참가격 모니터링 대상을 현재 128개 품목(336개 상품)에서 158개 품목(500여개 상품)으로 확대하고 가격정보와 중량변동 정보까지 조사해 관련 정보를 상시 제공한다.
 
또 소비자단체를 통해서도 참가격 조사품목 이외 품목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소비자원 및 참가격 홈페이지 내 개설된 신고센터를 통해 슈링크플레이션 관련 국민 제보도 받기로 했다.

제도적 차원의 정보 공개도 확대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소비자에 고지없이 생필품의 용량‧규격‧성분 등을 바꿀 경우를 사업자의 부당한 행위로 지정하도록 '사업자의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 지정 고시' 개정을 추진한다.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이날 "사업자 자율협약, 민간 모니터링 확대, 관련 제도개선 등을 차질없이 추진해 소비자들이 슈링크플레이션 관련 정보를 적시에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