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 창당 바람에…여야 병립형 선거제 회귀 움직임

2023-12-11 20:19
이준석·이낙연 등 신당 거론…"여야 모두 실리 챙기기 나설 것" 관측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예비 후보자 등록 시작을 하루 앞둔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들이 등록 접수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야가 내년 제22대 총선 선거제도를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병립형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여야 간 이해가 일치해 선거제가 과거로 퇴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의석수가 제한된 가운데 제3지대에서 양당 전직 대표 등이 '신당 창당' 움직임을 보이자 선거제 개편으로 견제하려는 것이란 분석이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꾸준히 병립형을 선택해 더불어민주당에 통보했고 민주당은 준연동형과 병립형 사이에서 고민 중이다. 이에 최근 선거제 개편 논의와 관련한 여론조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가 병립형으로 회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28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현실의 엄혹함을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는 당 일부에서 준연동형을 고수하고 위성정당 창당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던 때였다. 

여야 간 '병립형 합의'가 정해진 수순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국민의힘에서는 이준석 전 대표가 원외에서 신당 창당을 계속 거론하고 있고 민주당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가 연일 창당 가능성을 던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해 전직 대표발 신당이 의석수를 다수 확보하도록 내버려두는 것보다 병립형으로 돌아가 비례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게 여야 모두가 실리를 챙길 수 있다는 견해다. 
 

만일 여야가 병립형으로 회귀하면 제3지대에서 이미 창당했거나 창당을 시도하는 이들에게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다. 현행 준연동형 선거제가 내년 총선에서도 이어지면 권역별 3% 이상 정당 득표율만 기록해도 권역별 최소 1석 확보가 가능하다. 반면 병립형으로 회귀하면 최소 7%를 넘겨야 비례 의석을 1석 배분받을 수 있다. 

실제로 병립형 회귀는 제3지대에는 현실적 위협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제3지대에 놓인 원내 정당도 5% 이상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내년 총선에서 이준석·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과 금태섭 전 의원의 '새로운선택', 양향자 의원의 '한국의희망' 등이 나온다면 지지율이 갈라져 의석 확보는 더 힘들 수 있다. 특히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와 추미애·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신당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 지지율 갈라 먹기는 더 심해질 수 있다.

병립형 회귀를 반대하는 민주당 관계자는 "결국 속내는 국민의힘 견제도 있지만 신당 견제도 큰 지분이 있을 것"이라며 "국민의힘만 견제한다면 똑같이 위성정당을 만들면 되는데 굳이 병립형으로 돌아간다는 건 이낙연·이준석 전 대표를 견제하려는 속셈이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