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식물이력 블록체인에 담다···'시드 뱅크·NFT' 주목

2023-12-07 14:50
두나무·한수정·람다256 식물이력관리 시스템
식물이력의 블록체인화···데이터 투명성 제고
식물에 고유 ID 부여하는 '시드 바운드 토큰'
"블록체인으로 다양성 보존·사회적 가치 실현"

[사진= 두나무]
최근 사회적 가치를 찾는 '소셜 임팩트'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이력 정보를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식물 분야에서도 두나무와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한수정), 람다256이 도입한 블록체인 기반 식물이력정보관리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다.
 
◇ 블록체인 활용해 식물이력 관리한다
7일 두나무에 따르면 지난달 열린 국내 대표 블록체인 행사 '업비트 D 콘퍼런스 2023'에서 박진성 한수정 실장과 변영건 람다256 부장은 '식물이력의 블록체인화'를 위한 실사례를 공유했다. 이들은 식물 다양성 보전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위해 블록체인이 공공분야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대해 소개했다.

산림청 산하 공공기관인 한수정은 기후변화로 멸종 위기에 놓인 생물자원 보전을 위해 자생식물 종자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시드뱅크(종자은행)'를 운영 중이다. 영구저장시설인 '시드볼트(종자금고)'와는 달리 시드뱅크에선 저장된 종자는 연구나 증식을 위해 수시로 활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종자의 세부 정보를 체계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이력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식물의 방대한 생애주기를 일일이 추적하는 것은 상당히 까다롭다. 하나의 종자가 식물로 성장해 대규모 증식을 하기도 하지만 기업, 임·농가, 연구기관 등에 분양돼 연구에 활용되는 등 다양한 경로로 이동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식물의 이력정보는 위·변조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져 '정보 투명성 확보'와 '데이터 신뢰성' 확보책 마련이 필요하다.

한수정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이를 해결하려고 했다. 각 단계별 정보를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데이터 조작을 방지할 수 있고, 대중에게도 공개돼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실제 공공분야에서는 이미 농림축산식품부의 '축산물이력관리 시스템'과 질병관리청의 '코로나19 전자예방접종증명(COOV)' 등에서 이용되고 있다. 

다만 한수정은 공공기관이라는 특성상 내·외부 망이 분리된 구조이고, 예산상 제약이 있어 '전용 블록체인'을 구성할 수 없었다. 이에 두나무와 한수정은 지난 7~10월 4개월간 식물이력정보의 블록체인 기술 도입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민간 클라우드에 하드웨어 인프라를 구축하고, 람다256의 친환경 블록체인 루니버스 'BaaS'를 활용하는 구조다.
 
◇ 종자 식물이력 담을 '시드 바운드 토큰'
시범사업을 통해 나타나는 식물이력관리는 종자 관련 각종 데이터를 나타내는 '뱅크시드NFT'와 '분양시드NFT'라는 개념이 중요 요소로 사용된다. 예컨대 종자가 시드뱅크에 저장되기 전까지는 기존 시스템에서 관리되다가 시드뱅크에 저장되는 순간 뱅크시드NFT'를 발행한다.

뱅크시드NFT에는 종자의 △뱅크관리ID △과명 △속명 △관리기관 △발아율 등 속성 정보를 담은 주요 메타데이터가 선별돼 기록된다. 이후 종자가 분양되면 '분양시드NFT'를 발행하고 분양 이력이 블록체인으로 관리되는 구조다. 종자가 식물원, 연구소 등으로 이동하더라도 그 고유성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소유자와 관계없이 연결 정보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일종의 '식물 ID'를 부여하는 형식이다.
 
두나무는 종자에 연결된 모든 식물이력을 '시드 바운드 토큰(SBT)'이라고 정의했다. 박 실장은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기존 시스템에서 표현이 어려웠던 족보와도 같은 거미줄 형태의 종자와 식물의 이력 관리를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수정은 향후 종자 정보를 국민 누구나 조회할 수 있도록 '이력 조회 스캔 시스템'을 공개할 계획이다. 한수정 관계자는 "흩어진 식물 종자에 대한 연구 결과를 통합하고 식물 데이터 신뢰성을 확보해 생물 다양성 보존이라는 사회적 가치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