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ESG 의무공시 연기 환영…국내에 맞는 지침 필요"

2023-12-07 14:51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 의무화를 앞두고 국내 기업들의 제조 공급망 상황을 반영한 공시기준이 제정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7일 제2차 ESG 경영위원회를 열고 'ESG 공시 활성화 정책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논의를 진행했다.

ESG 경영위원회는 손경식 경총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10대 그룹을 포함한 주요 그룹 사장단급 대표 18명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이날 회의에는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참석해 업계 의견을 들었다. 

손 회장은 회의를 시작하며 최근 금융위원회가 ESG 공시 의무화 시기를 2026년 이후로 연기한 점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했다. 그는 "제조업 중심인 국내 기업들의 주요 공급망이 개도국에 위치한 만큼 이러한 점을 고려해 ESG 공시 의무화를 판단해야 한다"며 "각국에 흩어진 공급망 때문에 신뢰성이 담보된 ESG 연결 데이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이번 공시 연기는 합리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한국회계기준원 산하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가 현재 마련 중인 국내 ESG 공시기준 초안과 관련해서는 "충분한 검증을 거쳐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면서도 우리나라 기업 현실에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김소영 부위원장은 주요 그룹의 ESG 공시 준비 상황을 경청한 후 기업의 ESG 경영 역량을 높이기 위한 지원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국내 ESG 공시 의무화에 대해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된 기후 분야에 대한 공시 의무화를 먼저 검토할 예정"이라며 "기업들이 새로운 제도에 점진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법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거래소 공시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또 제도 도입 초기 제재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부위원장은 "유럽연합(EU), 미국 등의 ESG 공시 규제 강화로 글로벌 가치사슬에 편입된 국내 중소기업들도 간접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능동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 위원들은 국내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범정부 과제로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확충과 중견·중소기업 배출량 공개 전용 플랫폼 조기 구축, ESG 검·인증 시장 육성 등을 요청했다.
 
(앞줄 왼쪽부터) 양원준 포스코홀딩스 부사장, 한용빈 현대자동차그룹 부사장,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사장,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손경식 경총 회장,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신현우 ㈜한화 사장,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 (뒷줄 왼쪽부터) 조성욱 롯데지주 상무, 김도원 ㈜두산 사장, 이동현 CJ 부사장, 서진석 OCI홀딩스 사장, 안원형 ㈜LS 사장, 이태형 ㈜GS 부사장, 김보현 대우건설 총괄부사장 [사진=경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