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형제의 난' 재발...증권가 "성공 어렵다"

2023-12-06 08:25
장남 조현식, MBK 손 잡고 주당 2만원에 공개매수
차남 조현범 회장 지분 42.03%, 지분 8%만 추가확보해도 50% 넘어

경기도 판교의 한국앤컴퍼니 본사 전경. [사진=한국앤컴퍼니]
조양래 명예회장 장남인 조현식 고문이 국내 사모펀드(PEF)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그룹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구 한국타이어그룹) 지분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차남인 조현범 회장의 경영권을 노리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며 주가도 급등했지만 증권가에서는 "싱겁게 끝날 것"이라며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한국앤컴퍼니는 5일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인 '벤튜라'가 자사 주식을 공개매수한다고 공시했다. 공개매수 대상 주식은 한국앤컴퍼니 지분 20.35~27.32%다. 공개매수 가격은 2만원으로 전날 종가(1만6820원)에 경영권 프리미엄 18.9%를 더한 가격이다. 공개매수 기간은 지난 5일부터 오는 24일까지다.

조 고문의 현재 지분율은 18.93%다.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조 고문의 지분율은 39.28%에서 최대 46.25%까지 늘어난다. 여기에 조양래 명예회장의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지분(0.81%)과 차녀 조희원씨 지분(10.61%)까지 우호지분으로 확보한다면, 조 고문은 현재 한국앤컴퍼니 최대주주인 조현범 회장의 지분 42.03%를 넘어서게 된다.

이번 공개매수로 한국타이어 일가 형제의 난은 3년여 만에 재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020년 6월 조양래 명예회장은 돌연 자신이 보유한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량을 차남 조 회장(당시 사장)에 블록딜 형태로 매각했다. 이를 통해 조 회장의 보유지분은 19.31%에서 42.90%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에 따라 조현범 부회장이 지주사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으로 선임됐고, 형인 조 고문은 경영 일선에서 밀려났다.

하지만 지난 3월 조 회장이 횡령·배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되자 조 고문 측은 다시금 경영권 확보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조 회장은 지난 11월 말 보석으로 석방됐다.

벤튜라 측은 "최대주주의 횡령과 배임 이슈로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는 가운데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일반주주들의 요구를 이사회에서 원활히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앤컴퍼니의 경영권을 확보해 이를 안정화한 이후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공개매수가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미 조 회장의 지분이 42.03%에 달해서 지분 8%만 추가 확보해도 지분율이 50%를 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