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폭로전' 끝낸 김정호…노조는 "김범수 나와라"

2023-12-04 15:44
4일 비상경영회의…경영쇄신 방안 논의 계속
잇단 폭로 김정호 "외부 소통 어렵다" 침묵
'셀프 징계' 자청하며 내부갈등 봉합 시도
노조 피케팅 시작…"혁신에 직원 참여해야"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 겸 준법과신뢰위원회 위원이 4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아지트에서 열린 비상경영회의를 마친 뒤 자리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카카오가 4일 김정호 CA협의체 경영총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내부 경영 상황 폭로 이후 처음으로 비상경영회의를 열었다. 경영 쇄신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오간 가운데, 김 총괄은 취재진 질문에 침묵했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 노동조합은 카카오 경영진 인적 쇄신과 직원의 경영쇄신위원회 참여를 요구하며 시위를 개시했다.
 
김정호 'SNS 폭로' 후 첫 회의···당사자는 '침묵'
카카오는 이날 오전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6차 비상경영회의를 개최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는 최근 진행된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업계 실무자 간 간담회 내용과 가맹택시 제도 개편 내용을 점검했다. 그간 논의했던 경영쇄신 방안의 진행 상황도 공유·토론했다. 회의는 1시간30분가량 열렸다.

이날 시선은 김 총괄에 쏠렸다. 김 총괄은 지난주 한 매체에서 자신이 임직원들에게 욕설·폭언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위를 해명했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 내부 문제를 다수 공개했다. 공사대금이 700억~800억원에 달하는 제주 ESG센터 공사 업체를 특정 임원이 결제나 합의 없이 선정했고, 업체를 계열사인 카카오스페이스로 바꾸라는 자신의 지시에 미온적으로 답해 이를 질책하는 과정에서 폭언이 나왔다는 설명이다. 경기 안산 데이터센터·서울아레나 시공이 공개입찰이 아닌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에 카카오의 부동산 개발을 총괄하는 오지훈 자산개발실 부사장은 카카오 내부망에 글을 올려 안산 데이터센터와 서울아레나 시공사 선정은 공정하게 이뤄졌고, 제주 ESG센터 프로젝트 역시 윗선 결재를 거쳤다고 반박했다. 논란이 커지자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지난달 30일 사내공지에서 "모든 의혹에 대해 공동체 준법경영실과 법무법인을 중심으로 조사단을 꾸려 감사에 착수했다. 철저히 조사하고 결과를 투명하게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괄 폭언에 대해서는 "사내 윤리위원회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해 외부 법무법인에 조사 의뢰할 것을 건의해 수용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김 총괄은 앞서 지난 3일 오후 카카오 내부망에 "스스로 윤리위원회에 저에 대한 징계 여부를 요청했다. 공식 절차에 따라 진행될 것이며, 결과에 따르겠다"며 '셀프 징계' 사실을 알렸다.

폭로전 당사자인 김 총괄은 이날 입을 굳게 다물었다. 비상경영회의 전 기자들과 마주쳤지만 "이제 외부 소통을 못 한다"며 어떤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김범수, 노조와 대화해야" 행동 나선 노조
카카오 노조도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노조는 이날 손팻말 시위(피케팅)를 하며, 경영진의 인적 쇄신과 함께 현재 카카오 경영진 차원에서 진행 중인 '경영쇄신위원회'에 일반 직원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카카오 노조는 지난주 낸 사내 입장문과 보도자료에서도 같은 주장을 펼쳤다.

서승욱 카카오노조 지회장은 "5년간 노조 활동을 하면서 한 번도 (창업주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을 만난 적이 없다"며 "이렇게 노사 간의 대화를 안 하는 곳이 있나, 이쯤 되면 얘기할 때도 된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카카오를 둘러싸고 있는 문제가 굉장히 복잡한데, 이러한 논의를 폐쇄적으로 하기보다는 사회적 대화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방향이라고 본다"고 제시했다.

서 지회장은 "카카오 계열사 하나하나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 왜 CA협의체에서 왜 전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느냐고 계속 얘기했는데, 그 뒤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다가 결국 이 상황까지 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결국 현 경영진의 경영 방식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이에 대한 쇄신도 요구했다.

노조 측은 노조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매주 월요일 손팻말 시위에 나설 계획이다. 서 지회장은 "(회사에) 요구한 사안에 대해 어떤 답변도 오지 않았다"며 "오늘부터 비상경영회의에서 해당 내용이 논의될 수 있도록 피케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