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생활비 벌기도 빠듯한데 출산? 희망 없는 미래 안 물려줄래요"
2023-12-03 13:04
한은, 3일 '극단적 인구구조' 관련 경제전망보고서 발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인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이슈가 청년들의 높은 경쟁압력과 고용·주거·양육 불안감 등에 기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수의 청년들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부의 되물림 현상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는 한편 앞으로도 이 같은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자녀 출산과 양육 환경 등에 비관적 평가를 내놨다.
한국은행(한은)은 3일 국내 초저출산과 초고령화 등 극단적 인구구조 심화를 주제로 한 경제전망보고서(중장기 심층연구)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번 연구는 황인도 한은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을 필두로 연구원과 조사국 등 12명 인력이 대대적으로 투입된 결과물이다.
한은에 따르면 한국의 출산율은 2021년 기준 0.8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이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38개국, 1.58명)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으로 회원국 중 유일하게 합계출산율이 1.0명 미만이기도 하다. 이 같은 출산율은 전세계(217개 국가‧지역)적으로도 홍콩 다음으로 낮은 수준이다.
또한 무작위 통제실험 결과에서도 주택마련 비용을 떠올린 그룹의 결혼 의향과 희망자녀 수가 유의미하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2000명을 4개 그룹으로 나눈 뒤 아무 정보 제공 없이 결혼·출산의향, 희망자녀수를 물어본 그룹과 주거비·교육비·의료비 관련 질문과 정보를 각각 먼저 제공한 3개 그룹을 나누어 조사한 결과 주거비를 연상하도록 한 그룹의 결혼의향은 43.2%로 여타 세 그룹(48.5%)보다 5.3%포인트 낮았다.
주택마련 비용에 대한 부담도 희망자녀 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녀를 가질 의향이 있는 미혼자 및 기혼자(총 986명)의 희망자녀 수를 보면 주거비 그룹은 1.54명으로 여타 세 그룹(평균 1.64명) 대비 0.1명이 적었다. 이 밖에 고용에 있어서도 취업 여부(취업자 49%-비취업자 38%)나 고용의 질(공공기관·공무원 58% 비정규직 36%) 등에 따라 결혼 의향이 엇갈렸다.
특히 한국 사회의 불평등과 부의 되물림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청년들의 결혼·출산 기피는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한은 설문 조사(전국 20~39세 청년 2000명 대상) 응답자 중 80% 이상이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 불평등이 더욱 심각해졌다"면서 "앞으로도 10년간 사회 불평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청년층 60% 이상은 "개인 노력에 의한 계층이동 가능성이 적으며 자녀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신 세대보다 더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며 비관적 시각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