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주거사다리] 전문가 "'빌라=위험' 인식이 문제··· 수요 살릴 대책 필요"
2023-11-30 18:06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다세대·연립주택) 시장이 얼어붙으며 '서민 주거사다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 '빌라는 위험하다'는 인식을 줄이고 수요를 살릴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30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서울 빌라 전세 거래량은 5만953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만6368건보다 22% 줄었다. 전세수요가 줄며 매매가격도 떨어졌다.
한국부동산원 집계에 따르면 연립·다세대주택 매매가격지수는 올해 1월 100.3에서 10월에는 98.7로 하락했다. 앞서 정부가 9·26 대책으로 비아파트 건설에 자금 지원, 금융 지원 등 공급 촉진 방안을 내놓았지만 빌라시장 위축은 여전한 모습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정부가 전세계약 시 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보장하는 시스템을 만들 것을 촉구했다. 김인만 소장은 "모든 문제는 전세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인데, 결국 수요자들이 안전하게 계약할 수 있는 공공 시스템을 정부가 구축해줘야 한다"며 "중개사를 통해 계약할 때 자동으로 집주인 체납정보, 연체율, 과거 이력 등을 조사해 검증결과를 보여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추후 금리가 오를 때 또 전세사기가 재발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도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빌라 매매·전세·월세 가격 정보가 지금보다 훨씬 더 투명하게 수요자에게 전달돼야 한다. 공인중개사도 빌라 중개 시 매뉴얼을 더욱 철저히 지키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전세사기로도 위축됐지만 토지가격과 공사비 급등으로 사업성이 안 나와 공급한계가 올 시점인데, 용적률을 높여줘서 사업성을 높여주는 방법이 있다"며 "서울시가 아파트 용적률 상향해주듯, 빌라도 용적률을 50% 정도 더 올려주는 방안을 조례 수준이 아닌 법적 허용 기준으로 상향하는 것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이 밖에 빌라에 대한 선호도를 궁극적으로 높여 비아파트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빌라도 아파트와 같은 수준은 아니라도 쾌적한 실거주를 할 수 있도록 주차장 확보, 커뮤니티 시설 등을 지원하는 정책이 마련되면 장기적으로 빌라에 대한 선호도가 개선, 주거사다리 공급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