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이슈체크] 가전 양판점 침체기 장기화…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치열

2023-11-30 17:30
가전제품 소매판매액 17개월 연속 역성장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소비트렌드로 위기

 
[출처=롯데하이마트, 전자랜드]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물가의 장기화 등으로 가전제품 수요가 줄면서 가전 양판점 업계의 불황도 길어지고 있다.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가전제품(통신기기 및 컴퓨터 제외) 소매판매액은 16조690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8조1891억원) 대비 8.3% 줄었다.
 
가전제품 소매판매액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8월까지 17개월 연속 역성장을 기록할 정도다.
 
일각에서는 단순한 경기 침체 문제가 아니라, 이커머스 등 온라인 판매로 소비트렌드가 완전히 바뀌면서 과거의 전성기는 다시 되돌아오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가전 양판점들은 실적이 부진한 매장과 인원을 구조조정하고 오프라인 매장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각종 고객 서비스와 유료 회원제 등을 선보이는 등 자구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양한 라인업·합리적 가격으로 2010년대 최고 전성기 누려

가전 양판점은 2010년부터 전성기를 맞이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조사들이 운영하는 대리점에서 가전 양판점으로 트렌드가 바뀐 것이다.
 
가전 양판점의 가장 큰 장점은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한 곳에서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가전제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게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급증했다. 온라인 구매 연령대가 높아진 것이다.
 
전자제품은 똑같은 냉장고와 세탁기, TV 모델이라도 직영점과 가전 양판점용 라인업이 다른 경우가 많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전자랜드는 1985년 서울시의 용산전자단지 조성 도시계획사업 시행에 따라 1988년 국내 전자 유통 산업의 메카 용산본점을 1호점으로 오픈하면서 태동했다.
 
전자랜드는 2008년 자체 브랜드(PB), ‘아낙라이프(ANAC Life)’를 론칭하며 유통업뿐만 아니라 종합 생활가전 브랜드로의 전환을 시도하기도 했다.
 
롯데하이마트 본사 전경 [사진=롯데하이마트]

롯데하이마트는 1987년 7월 설립된 종합 전자 유통업체인 한국신용유통으로 시작했다.
 
1989년 5월 하이마트 1호점을 개점하고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1999년 12월 사명을 주식회사 하이마트로 변경했고, 2000년 7월 인터넷 쇼핑몰을 오픈했고, 2003년 2월 인터넷 쇼핑몰 운영 부문을 분사해 하이마트쇼핑몰을 설립했다.
 
2005년 해외사모펀드인 미국계 AEP가 지분의 81%를 인수했다. 2007년 12월 AEP가 보유 지분을 입찰에 부치고 이를 유진그룹이 인수하면서 경영권이 유진그룹으로 넘어갔다. 2012년 2월 하이마트를 롯데쇼핑에 매각하면서 같은 해 10월 사명이 롯데하이마트로 변경됐다.
 
유료 회원제·가전 교체 서비스 등 경쟁력 강화 모색
 
전자랜드는 지난달 AS·설치 전문 기업 ‘마이스터즈’와 손잡고 일산점에 오프라인 서비스센터를 열었다. 이곳에서는 고장 난 생활 가전제품을 수리해주는데, 전자랜드에서 구매하지 않은 제품에도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울 지역 최초 전자랜드, 유료 회원제 매장 ‘랜드500 현대아울렛 동대문점’을 오픈했다. [사진=전자랜드]

올해 3월에는 가전제품 파손을 보상해주는 보험 서비스를 출시했고, 5월부터는 유료 회원제 매장도 확대하고 있다. 회원 가입을 하면 온라인 최저가 수준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유료 회원제 매장 ‘랜드500’은 12개까지 늘어났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 4월부터 가전제품과 관련한 모든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홈 토탈 케어 서비스’를 도입했다. 매장에서 수리와 클리닝, 이전 설치, 보증 보험 등 가전 관련 문제를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이달 현재 22개 리뉴얼 점포에서 홈 만능해결 센터를 운영 중이며, 리뉴얼 점포의 매출은 이전보다 약 30% 이상 증가했다.
 
홈 만능해결 센터 설치 후 가전 클리닝, 연장보증보험, 수리 등 토털 케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도 이전보다 4배가량 늘었다.
 
가전 양판점이 제품 판매 이외의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은 고객의 방문 빈도를 높이기 위한 차원으로 분석된다. 가전제품의 경우 교체 주기가 상대적으로 길기 때문에 매장을 자주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취지다.
 
롯데하이마트는 국내 최초로 ‘가전 교체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롯데하이마트는 글로벌 디지털 보험사인 ‘볼트테크’와 연계해 가전제품 구매 시 소액의 연회비를 지불하면 가입 시 구매했던 상품과 유사한 가격대의 새 상품을 반값 수준으로 교체해준다.
 
롯데하이마트가 다음 달 2일부터 국내 최초로 ‘가전 교체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31일 밝혔다. [사진=롯데하이마트]

서비스 대상 품목은 디지털 가전인 모바일, 태블릿, 노트북, 데스크탑 4개 품목이다. 롯데하이마트 가전 교체 서비스는 동일 품목 내에서 가격대만 충족하면 브랜드에 상관없이 교체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롯데하이마트 매장이나 온라인쇼핑몰에서 가전제품 구매 시 가입 가능하다. 연회비는 구매 상품의 가격대에 따라 최소 4만원부터 최대 18만원까지 세분화돼 있다. 한 번 연회비를 내면 1년 동안 효력이 유지되며, 1년 뒤 서비스 갱신을 원할 경우 동일한 연회비를 내면 된다. 갱신이 가능한 기간은 최대 3년까지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 양판점이 단기간 내 다시 좋아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면서도 “장기적으로 효율적인 운영 시스템을 도입하고 체질을 개선하면 어느 정도 회복은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