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이자 장사' 비판에...증권사, 예탁금 이용률 상향

2023-11-30 18:07
0.1% 였던 예탁금 이용률 최대 2%로 상향 조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그대로, '이자 장사 여전' 비판도

[자료=금융투자협회]
금융권이 손쉬운 이자 장사만 하고 있다는 금융당국 지적에 미래에셋증권과 노무라금융투자가 12월부터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을 최대 2%까지 올린다. 여타 증권사도 1%대로 높였다. 하지만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그대로 둬 이자 장사 비판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12월 4일부터 100만원 이하 원화 고객예탁금 이용료율을 연 2%로 올린다. 100만원 초과한 예탁금은 연 0.75%를 적용한다. 기존에는 50만원 미만 연 0.1%, 50만원 이상 연 0.75%가 적용됐다. 노무라금융투자는 1일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을 별도 예탁금 구간 없이 2%로 상향한다.
 
지난달 27일 KR투자증권은 기존 연 0.25%에서 1.00%로 0.75%포인트 상향 적용했다. 상상인증권은 지난달 20일 연 0.1%에서 1.05%로 인상했다. 키움증권도 지난 10월 이용료율을 0.25%에서 1.05%로 올렸다. 신한투자증권(연 1.05%)과 KB증권(1.03%)까지 포함하면 1~2%대 이용료율 증권사가 7곳으로 늘어난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 매매를 위해 계좌에 넣어두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돈이다. 증권사들은 이 돈을 한국증권금융에 신탁·예치해 수익을 얻는다. 이렇게 얻은 수익이 상반기에만 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고객에게 이용료 명목으로 돌려준 돈은 약 1600억원에 불과하다. 
 
지난 8월 금감원은 투자자예탁금 규모(약 64조원)를 고려할 때 향후 예탁금 이용료율이 0.50%포인트 인상되면 이용료 약 3200억원이 추가 지급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10곳의 평균 예탁금 이용료율은 연 0.65%다. 기준금리는 2년 전인 2021년 8월 0.75%에서 최근 3.5%로 2.75%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증권사 10곳의 평균 이용료율은 0.13%에서 0.65%로 0.43%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이에 금융당국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11월 1일부터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을 합리적인 기준으로 산정하고 투명하게 공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모범규준을 시행하고 있다.

예탁금 이용료율은 높이고 있지만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자율이 가장 낮은 최단기간(1~7일) 기준으로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이 7.50%, 상상인증권이 3.90%, 키움증권이 5.40%, 신한투자증권이 4.90%, KB증권이 4.90%다. 국내 증시에서 거래되는 24개 증권사 평균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6.27%로 집계됐다.

신용거래 기간이 보름 이상으로 늘어나면 이자율은 급상승해 최대 9%대에 달한다. 여기에 연체 이자율 3%까지 부과하고 있어 "신용거래보다 대출받은 돈으로 주식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얘기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