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이 지난 29일 칠장사 화재 현장에서 입적한 전직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본인 선택으로 분신했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경찰은 폐쇄회로TV(CCTV) 확인 결과 화재 당시 승려들이 거처하는 장소인 요사채에 자승 스님 외에 다른 출입자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조계종 대변인인 총무원 기획실장 우봉 스님은 30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자승 스님이 종단 안정과 전법도생을 발원하면서 소신공양(燒身供養) 자화장으로 모든 종도들에게 경각심을 남기셨다”고 말했다. 소신공양은 불교에서 자기 몸을 태워 부처 앞에 바치는 것을 의미한다.
 
우봉 스님은 전날 오후 6시 50분 경기 안성 소재 칠장사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자승 스님이 법랍 51년, 세수 69세로 원적에 들었다고 말했다.
 
조계종은 이날 브리핑에서 자승 스님이 쓴 열반송을 공개했다. 열반송은 스님이 입적에 앞서 수행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후인들에게 전하기 위해 남기는 말이나 글이다.
 
자승 스님은 ‘생사가 없다 하나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구나’라고 적었다.
 
열반송이 언제 쓰였는지에 대한 질문에 조계종 관계자는 “자승 스님이 평소에 자주 하시던 말”이라며 “최근에 써 두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과, 안성경찰서,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기관이 같은 날 칠장사 화재 현장에서 합동으로 감식을 진행했다. 

경찰은 “명확한 신원 확인을 위해 DNA 감정을 진행 중이다. 차량 내에서 2쪽 분량 메모가 발견됐으며 진위에 대해 필적을 감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시 경내 다른 장소에 있던 주지스님 등 3명에 대한 참고인 조사도 진행 중이다.
 
자승 스님 차량에서는 칠장사 주지스님에게 쓴 것으로 보이는 ‘이곳에서 세연을 끝내게 되어 민폐가 많았소’ ‘이 건물은 상좌들이 복원할 것이고, 미안하고 고맙소. 부처님법 전합시다’라는 메모가 발견됐다.
 
한편 조계종은 총무원장인 진우 스님을 장의위원장으로 하는 장례위원회를 꾸려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 분향소를 마련한다고 밝혔다. 12월 3일까지 자승 스님 장례를 종단장으로 진행한다. 영결식은 장례 마지막 날인 3일 오전 10시로 예정돼 있다. 조계종은 조계사 외에 제2교구 본사인 용주사와 전국 각 교구 본사, 종단 직영 사찰인 봉은사·보문사 등에도 지역분향소를 마련할 예정이다.

추모행렬이 이어졌다. 진우 스님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 분향소가 마련된 직후 종단 주요 보직자와 중앙종회 의원 등 장의위원들과 분향소를 찾았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자승 큰스님은 15년 전에 총무원장을 하셨다. 그때 제가 문체부 일을 했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을 늘 옆에서 뵜었다”며 “갑자기 이런 일이 생겨서 지금은 너무 황망하다. 정말 좋은 곳으로 잘 가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