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로원 갈 때 한 번에 줄게"…16년간 장애인 착취한 공장장

2023-11-28 16:19

서울 서초구 소재 대법원 전경 [사진=연합뉴스]

자신이 운영하는 공장에서 지적장애인을 16년 넘게 일을 시키고도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데다 폭행에 국민연금 수급액까지 빼앗은 공장 운영자에게 징역 3년 실형이 확정됐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준사기, 횡령,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70대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장애인 관련기관에 5년간 취업제한을 명한 원심판결을 최근 확정했다.

A씨는 2005년 3월∼2021년 9월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김치 공장에서 지적장애인 B씨에게 배추 운반, 청소 등 일을 시키고도 임금 2억1천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A씨는 B씨에게 퇴직금 2천900여만원을 주지 않았으며, B씨 계좌에 입금되는 국민연금 수급액 중 1천600여만원을 멋대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모두 더하면 A씨가 B씨에게 가한 재산상 손해는 무려 2억 5천만원에 달한다. 그간 A씨는 B씨에게 "임금을 매달 통장에 입금하고 있다", "나이가 더 들어 양로원에 갈 때 한 번에 주겠다"는 말로 속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2021년 4∼7월 A씨는 B씨가 아침 일찍 일어나지 않는다며 여러 차례 걷어차는 등 폭행까지 저질렀다. 심지어 B씨를 공장 근처에서 알몸으로 30분간 배회하게 하는 등의 학대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1심은 A씨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자신과 자기 가족만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16년 6개월간 B씨로부터 빼앗은 자유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되돌려줄 수 없다"고 질책했다. 

A씨는 2심에서 "아무런 연고도 없는 B씨를 장기간 가족처럼 돌봐왔으므로 근로관계를 전제로 하는 준사기, 근로기준법위반 등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2심 재판부는 A씨가 B씨에게 '통장에 임금을 넣고 있다'고 거짓말한 점, B씨가 공장을 사업장으로 한 직장건강보험에 가입된 점 등에 비춰 A씨는 B씨에게 근로 대가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가 1·2심에서 손해배상금 명목으로 3천만원씩 공탁하고, B씨 계좌에 국민연금 횡령액 1천600여만원을 입금한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징역 3년으로 줄였다.

대법원은 이 같은 원심 판단에 오류가 없다고 보고 이를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