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 '日 손해배상 인정'…"식민주의 극복 향한 역사적 판결"

2023-11-23 17:19
민변·정의연 등 환영 입장…"일본 정부 사죄·이행 촉구할 것"

서울고법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유족의 일본 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에서 1심의 각하 판결을 취소한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서 열린 선고 결과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용수 할머니가 꽃다발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항소심 재판부가 1심을 뒤집고 승소 판결한 것에 대해 시민사회가 일제히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이상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일본군 '위안부' 문제대응TF 단장은 23일 일본 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선고 결과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난 전시 성폭력에 경종을 울리고 식민주의의 극복을 향한 역사적인 판결"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로 피해자들이 법의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법의 보호를 받는 온전한 시민권자임을 확인받았다"고 언급했다.

이 단장은 "국제사회가 반인륜 범죄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그 누구도 면책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번 판결을 통해 국제사회와 협력해 일본 정부의 사죄와 이행을 촉구하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국가면제란 이유로 각하를 내린 1심을 뒤집은 이번 판결은 피해자들의 마지막 호소를 외면하지 않은 대한민국 법원의 정당한 응답"이라고 평가했다. 국가면제란 한 나라의 주권 행위를 다른 나라 법원에서 재판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이번 판결은 헌법 질서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국제인권법의 인권 존중 원칙을 확인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일본 정부가 2021년 1월 판결과 이번 판결에 따라 사죄하는 마음으로 피해자들에게 지체 없이 배상하고 지속적인 진상 규명과 올바른 역사 교육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태윤 민변 과거사청산위원회 위원장은 "승소 판결이 내려졌지만, 소송 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아 일본에 책임을 지거나 진실을 규명하게 하는 절차를 이행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그렇지만 피해자들의 권리 행사는 단순한 금전 채무 이행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권 회복의 과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일본에 강제집행을 할 수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권 위원장은 "법리적으로 강제집행 절차엔 국가면제 법리가 있다"며 "재산 명시도 일종의 강제집행 절차에 속한다"고 대답했다.  

민변 문제대응TF는 이날 판결에 대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을 위한 역사적인 걸음을 내디딘 사법부의 판결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논평했다.

TF는 "이번 판결로 원고를 비롯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의 주체로, 온전한 시민권자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도 일본군위안부 투쟁의 역사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민사33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이날 이용수 할머니와 고(故) 곽예남·김복동 할머니 유족 등 15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청구에 관한 항소심에서 각하로 판단한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의 청구 금액을 전부 인정한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