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해달라던 개인은 매일 팔고, 안된다던 외인은 사고
2023-11-23 18:28
공매도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범이라며 폐지를 외치던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연일 '팔자'에 나서고 있다. 반면 폐지 후 시장을 떠날 것으로 예상됐던 외국인은 오히려 순매수세가 늘며 시장을 받치고 있다.
외인들의 경우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제약주, 엔터주 등 골고루 담고 있다. 개인들은 이차전지 관련주만 집중 매수하며 사실상 반도체 대 이차전지로 증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해당 기간 가장 많이 매도한 종목은 삼성전자다. 총 2조223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어 셀트리온(2470억원), SK하이닉스(2450억원), 카카오(2090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1430억원) 등을 매도했다.
공매도 폐지 이후 개인 투자자들이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로 개별 주식에 대한 순매수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히려 반대 현상이 일고 있다. 개인들의 순매도세는 지난해(2조3210억원)보다 65% 늘었다.
지난 6일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뒤 이차전지주만 '반짝 상승'세를 보였지만, 이내 사그라들었다. 그동안 공매도가 주가 조정을 불러왔다는 인식과 달리 부진한 실적과 업황을 봤을 때 주가가 여전히 비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투자할 곳이 마땅찮은 개인들은 1년 넘게 이차전지주 순매수에만 몰두하고 있다. 3주 동안 개인들은 POSCO홀딩스(3030억원), 에코프로머티(2840억원), 포스코퓨처엠(2380억원) 삼성SDI(1330억원) 에코프로비엠(680억원), 에코아이(650억원) 등을 매집하며 해당 기업들에 대한 순매수세를 유지하고 있다.
앞서 2020년도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이후 증시가 폭락하자 6개월 동안 모든 종목에 대한 공매도 금지 조치를 단행했다. 당초 당국은 공매도 금지를 해제하려 했으나 공매도가 재개되면 또다시 주가가 급락할 것이라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제도는 정치적 공방으로 이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은 순매수세(3조5220억원)를 줄곧 나타내고 있다. 심지어 외국인 순매수세는 공매도가 시행되던 지난해 같은 기간(1조2630억원) 대비 178% 더 증가했다.
이들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1조6710억원의 뭉칫돈을 집어넣고 있다. 그 외에는 SK하이닉스(3780억원), 셀트리온(1540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1210억원), 카카오(970억원), 위메이드(930억원), 아모레퍼시픽(930억원) 등 종목 별로 골고루 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의 삼성전자 대 이차전지 집중 순매수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실적 발표에서 기업들의 성과가 생각보다 저조해 개인 투자자들이 순매도하고 있다”며 “외국인도 삼성전자만 사는 등 이러한 차별화 장세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