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흔드는 은행채] 더 풀리는 은행채…내년에도 기업대출 밀어 올리나

2023-11-22 18:05
시중은행 10월 말 기업대출 잔액 764조…10개월 연속 증가세
은행, 수익성 강화 위해 경쟁…기업은 회사채 부담에 은행 선호

5대 시중은행 본점 로고 [사진=연합뉴스]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둔화 여파로 은행을 찾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회사채 금리가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은행 창구로 향하는 것인데, 은행채 발행 증가로 회사채 금리가 뛰면서 내년에도 은행 대출을 찾는 기업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10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764조3159억원으로 전월(756조3310억원) 대비 7조9849억원 증가했다. 이는 10개월 연속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말 기업대출 잔액이 703조7268억이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들어서만 60조5891억원이 늘었다.

대출은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5대 은행의 10월 말 대기업 대출 잔액은 137조3492억원으로 9월보다 4조3586억원 증가했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3조6265억원 늘어난 626조966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은행이 수익성 강화를 위해 기업대출 경쟁을 벌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급증의 주범으로 은행권을 지목하면서 책임론이 거세지자 여신 부문 다각화를 목표로 기업대출을 확대한 것이다.

은행들이 은행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 적극 나선 것도 기업 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량한 은행채 발행이 늘면서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진 기업들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은행 창구로 몰렸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 4~5월 연 4% 초반에 형성된 3년 만기 회사채 금리(AA-)는 은행채 발행 증가로 이달 1일 4.9%를 찍기도 했다. 

회사채 금리 인상으로 은행 대출을 찾는 기업들은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다. 은행들은 내년 초까지 예적금 만기가 줄줄이 예고돼 있어 은행채 발행을 꾸준히 늘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연말연초 자금 수요가 커 비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단기자금 조달이 계속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과도하게 늘어난 기업대출이 향후 은행 건전성 관리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초 금융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 자산이 기업대출에 집중될 경우 경기순응성이 높아져 경기침체 시 부실 가능성이 커진다. 1997년 IMF 외환위기에서 기업금융 전문은행으로 신설된 은행들이 기업금융 부실화로 대부분 퇴출된 것이 유사한 사례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우량 중소기업 등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대출을 취급했고, 대기업도 회사채 발행보다 기업대출로 자금 조달 수단을 활용하고 있다"면서 "은행이 기업대출 태도를 완화했다고 하더라도 연체율 관리를 위해 신용도가 낮은 영세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대출 문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