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쿠홈시스가 결국 SK매직에 특허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얼음정수기 소송전에서 특허 자체를 무효화해 재판을 승소로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이로써 양사의 얼음정수기 특허 침해에 대한 최종 판결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게 됐다. 코웨이와 청호나이스에 이어 렌털 시장에 소송전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쿠쿠홈시스는 지난달 특허심판원에 SK매직을 상대로 한 특허권 무효 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현재 특허심판원에서 관련 재판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번 청구의 핵심은 SK매직이 2018년 2월 27일 출원했던 얼음정수기 탈빙 기술 관련 특허(제10-2464193호)의 등록을 무효화 해달라는 것이다.
 
이번 특허 무효 소송은 앞서 지난 5월 SK매직이 쿠쿠홈시스에 ‘얼음정수기 특허권 침해 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데서 비롯됐다. 당시 SK매직은 쿠쿠홈시스의 '인앤아웃 아이스 10S 정수기'와 '제로 100S 끓인물 냉온정 얼음정수기'가 당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문제는 특허 무효 소송이 현실화하며 결국 소송전의 장기화가 불가피해졌다는 데 있다. 통상적으로 특허 무효 소송이 제기됐을 경우 특허 침해 여부 역시 특허심판원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실상 재판 절차가 중단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만큼 시간이 더 소요될 수밖에 없다. 다만 자칫 특허가 무효 처리된다면 특허 침해 자체도 성립하지 않게 된다.
 
이로써 양사는 소송전에 따른 경영상 불확실성은 물론 소송 비용에 대한 중장기적인 부담까지 끌어안게 됐다. 이번 특허 침해의 쟁점이 된 ‘4-way valve’는 SK매직이 국내 최초 개발한 얼음정수기 내 얼음을 떨어뜨리는 기술이다. 여기에 해당 특허(제10-2464193호)가 적용됐다.
 
기존 얼음정수기 시장에서는 대부분 ‘3-way valve’ 기술이 사용돼 왔다. 이는 히터로 가열해 정수기에서 만들어진 얼음을 하나씩 떼어내는 방식이다. 히터로 인해 부품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제품의 크기도 커진다는 특징이다. 또 소음이 크고 에너지 효율도 낮다고 알려졌다.
 
반면 4-way valve는 이러한 단점을 상쇄해 SK매직이 새로 개발한 기술이다. 이는 냉매 열을 활용한 ‘핫가스’ 탈빙 방식을 활용해 히터가 필요 없어 제품을 소형화할 수 있다. 이 기술이 쿠쿠홈시스의 얼음정수기에 적용됐다는 게 SK매직의 주장이다. 회사는 아직 쿠쿠홈시스에 대한 구체적인 손해배상액 규모를 정하지 않았다.
 
쿠쿠홈시스 측은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SK매직은 '액체' 상태 냉매를 탈빙에 사용하는 방식으로 특허를 받았지만, 쿠쿠홈시스는 '기체' 상태 냉매를 이용해 아예 다른 기술이라는 주장이다. 또 이미 해당 특허 전부터 일본과 국내에 공개된 냉매 열을 사용한 탈빙 기술이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SK매직과 쿠쿠홈시스의 얼음정수기 소송전으로 국내 렌털 업계는 소송이 확산하게 됐다. 앞서 코웨이와 청호나이스 역시 10여년간 얼음정수기 특허 관련 소송을 이어오고 있다. 양사는 현재 대법원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이는 2014년 청호나이스가 코웨이에 특허 침해로 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됐고, 이후 2015년 코웨이가 특허 무효 소송을 청구해 장기전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특허 무효 소송은 특허 침해 여부를 따지는 재판에 있어 쿠쿠홈시스가 전개하는 하나의 전략으로 보인다”며 “코웨이와 청호나이스가 그랬던 것처럼 이번 얼음정수기 소송도 언제 끝을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