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법률은 인간 중심 규범…지구법ㆍ기후소송이 사회 바꾸길
2023-11-22 06:00
지난 15일 법무법인 원 로펌의 공익법인인 사단법인 선의 설립 10주년 기념식이 있었다. 사단법인 선과 함께 해 온 ‘십대여성인권센터’(여성 청소년 지원), ‘햇빛담요재단’(보호 종료 아동 지원), ‘아디’(팔레스타인 등 국제난민 인권), ‘다시 입다 연구소’(의류 재활용)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이 부스를 열었고 뮤지션 유니온의 축하 공연도 이어지는 따뜻한 자리였다. 다른 로펌의 공익 변호사들과 활동가들도 자리를 함께해 더욱 풍성한 잔치가 됐다.
사단법인 선은 법무법인 원이 2013년 설립한 공익 법인이다. 원의 변호사들은 ‘사회적 책임과 좋은 공동체를 생각하는 로펌’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공익위원회를 설립해 공익소송 지원, 봉사활동 등을 진행해 오다가 이러한 공익활동을 보다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10년 전 사단법인 선을 설립했다. ‘선’의 의미는 이름 그대로 앞서서(先), 착한 일을 하고(善), 베풀며(宣) 우리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개선해 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 10년간 성폭력·성매매 피해 여성 법률 지원과 공익소송, 난민과 이주민 법률 지원, 사회적 기업과 소셜벤처 법률 지원, 아동, 청소년에 대한 법률 지원, 보육원 거주 아동들에 대한 디딤씨앗 통장 후원,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로스쿨 학생 장학금 지원 등 다양한 공익활동을 해 왔다.
여러 활동 중에서 기후위기 관련 활동이 대표적이다.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비영리 단체인 ‘클라이밋 센트럴’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가 12만5000년 전 마지막 간빙기 이래 가장 더운 1년이라고 한다. 지구 기온은 계속 상승하고 있고, 극심한 가뭄과 태풍, 폭우 등 기후 변화로 인한 극단적인 기상 현상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더 나아가 선은 인간공동체를 넘어 지구공동체의 안녕과 번영을 도모하는 법과 거버넌스에 관한 새로운 철학인 ‘지구법학’을 국내에 알리는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지구법학은 인간이 지구공동체의 한 부분이고, 모든 비인간 존재와 관련을 맺고 서로 의지하고 있는 존재로서 지구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권리와 다른 비인간 존재들의 권리 간에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철학에 기반을 둔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교육이었다. 2015년부터 재단법인 지구의 사람과 공동으로 2015년부터 '지구법 강좌'를 9년째 진행하고 있다. 에너지 정책, 동물권, 미세먼지 등 이슈는 물론 지구법학의 해외 동향과 판례 소개, 인간이 비인간 존재들과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법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함께 나누고 있다. 법률은 인간 중심의 규범체계로서 국가, 기업, 개인의 환경 파괴로 인한 피해는 인간이 입은 경제적 피해에만 초점을 맞춘다. 경제적인 피해로 환산할 수 없는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나 미래 세대에 미치는 영향 등은 전혀 고려 대상이 될 수 없다. 이러한 법의 한계를 넘어서 생태문명으로 전환하기 위한 새로운 법체계를 고민하고 입법, 행정, 사법 등 각 영역에서 다양한 실천 방안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기후활동 청소년과 청년활동가들은 그 누구보다도 법률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선은 기후위기 관련 청소년들의 헌법소원, 기후 공시 촉구를 위한 헌법소원과 청년활동가들의 기후대응 활동을 사법적으로 적극 지원하기도 했다. 특히 2020년 청소년 기후 소송이 제기된 후 2021년 독일연방헌법재판소에서 독일 기후변화법에 대한 위헌 결정이 나왔다. ‘인간 생활의 모든 측면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불가피한데 이를 감축하는 부담을 2030년 이후로 넘기는 것은 젊은 세대들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이유였다. 이 결정이 우리나라 청소년 기후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