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법정 화면에 '민주당 돈 봉투 의혹' 의원 21명 공개

2023-11-20 17:05

정당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의 전 보조관 박용수씨가 지난 7월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돈 봉투가 살포된 것으로 의심하는 모임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21명 실명을 법정에서 공개했다.

검찰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김정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관석 무소속 의원 등의 정당법 위반 등 혐의 재판에서 송영길 전 대표의 보좌관 박용수씨를 증인 신문에서 민주당 의원 21명 이름을 화면에 띄웠다.

검찰이 밝힌 의원은 '김남국 김병욱 김승남 김승원 김영호 김회재 민병덕 박성준 박영순 박정 백혜련 안호영 윤관석 윤재갑 이성만 이용빈 임종성 전용기 한준호 허종식 황운하' 등이다.

'돈 봉투 살포'가 논의된 회의체 참석자를 박씨가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자 검찰이 그 명단을 법정 화면에 띄웠다. 검찰은 2021년 2월부터 4월까지 매주 수요일 국회 본청 외교통일위원장실에서 개최된 국회위원 모임에 이들이 최소 한번은 참석했다고 본다. 이 모임에서 돈 봉투가 살포됐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이 "당시 의원모임 명단으로, 통상적으로 송 전 대표 지지 의원들은 한번 이상씩 참석한 게 맞느냐"고 묻자 박씨는 "지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제 기억으로는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다만 "박정 의원은 회의 장소에서 본 적이 없으며, 김남국 의원도 참여 여부가 가물가물해 기억하지 못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참석자가 고정적이지 않고 한 번 왔다가 안 오는 분들도 있어서 정확히 어떤 분들이 참석했는지 다 기억하지 못한다"며 "윤 의원이 돈 봉투를 의원들에게 살포한 장면을 목격하지는 못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신문 사항에 써진 대로 하지 않고 화면에 띄운 것으로 보이는데 저희 재판과 직접 관련 없는 사항이라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제지는 하지 않겠는데 민감한 사항이라 (검찰이) 읽지 않고 화면으로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이날 재판에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혹은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의 요구로 두 차례에 걸쳐 300만원이 든 돈 봉투 10개를 준비해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 전 총장 아니면 강 전 감사위원인데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윤 의원이 필요하다며 준비해 달라고 해 준비했다"고 답했다.

이 전 총장과 강 전 감사위원은 이전 공판에서 돈 봉투 개수나 액수까지 박씨에게 알려준 사실은 없다고 증언했지만, 박씨는 "그렇게 들었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2021년 4월 3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10개씩 두 차례 이 전 총장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총장은 윤 의원에게 전달했고, 같은 달 28∼29일 두 차례에 걸쳐 총 6000만원이 민주당 의원들에게 뿌려졌다는 게 공소사실 요지다.

앞서 검찰은 윤 의원 영장 심사 과정에서 돈 봉투를 수수한 민주당 의원 19명을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10명은 2021년 4월 28일 외통위원장실에서, 나머지 9명은 하루 뒤 국회 의원회관 등에서 돈 봉투를 받았다고 보고 있다.

당시 이 같은 내용이 보도되자 명단에 오른 의원들은 일제히 수수 사실을 부인했고, 이 명단을 유출했다는 혐의로 검찰을 고위공직자수사처에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