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래의 中企] "막아야 중기가 산다"…노란봉투법 운명은
2023-11-21 12:00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법안이 불러올 사회·경제적 파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는 사용자와 노동조합 등에 대한 정의 조항이다. 제3조는 해당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를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해 배상 청구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쟁점은 제3조 개정 내용이다.
현재 노조에 대한 무분별한 손해배상을 막고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하는 법이라는 노동계·야당과, 불법 파업을 조장하고 산업현장에 혼란이 야기된다며 반대하는 경영계·정부·여당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노란봉투법’, 4만7000원 담은 월급봉투서 시작
노란봉투법은 2009년 5월 22일부터 77일간 이어진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원들의 파업과 이에 대해 2014년 법원이 파업 참가 노조원들에게 47억원을 배상하도록 한 판결에서 비롯됐다.
이런 상황에서 한 시민이 거액의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된 노동자들에게 전해달라며 언론사에 과거 월급봉투를 상징하는 노란 봉투에 성금 4만7000원을 담아 보낸 것에서 '노란 봉투 캠페인'이 시작됐다. 10만명이 같은 금액을 내 47억원을 모으자는 취지였고 실제 모금액이 15억원에 가까웠다.
파업의 합법화 vs 노동3권 보장…찬반논란 개정안
노란봉투법은 지난 6월 30일 민주당 노웅래 의원 등 13명이 개정안을 발의한 뒤 환경 노동 위원회를 거쳐 지난 9일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사용자 개념 확대는 하청업체 등 간접고용 근로자도 원청 사용자와 단체교섭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행 노동법은 근로계약을 맺은 직접 당사자만 사용자와 근로자로 인정한다. 개정안은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사용자로 본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손해배상의 경우 거액 청구를 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법원이 노조 파업에 대해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노조원들이 공동 책임을 지도록 하는 현행 조항을 각 배상 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바꿨다.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회사 측이 손해에 대한 개별 노동자의 책임을 입증해야 한다.
개정안은 또 노동쟁의의 대상을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에서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으로 확대했다. 쟁의 개념을 '근로조건에 관한 분쟁'으로 하면 이미 협상이 이뤄진 과거의 근로조건에 대해서도 노조가 쟁의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사측이 노동관계법 절차를 지키며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에 들어간 경우 노조가 파업을 하면 현행법에서는 이미 결정된 근로조건에 관련된 집단행동이기 때문에 불법이다. 개정안을 적용하면 적법 절차로 인정받게 된다.
노란봉투법 운명…尹대통령 재의요구권 사용에 달려
중소기업계를 중심으로 경제계는 노란봉투법이 ‘경제를 무너뜨리는 법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제인연합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경제 6단체 회장단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요청한 상태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헌법 제53조에 근거한다. 대통령은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15일 이내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그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된 재의요구안은 주무부처 장관과 국무총리의 서명에 이어 대통령의 서명으로 재가 된다.
재의가 요구된 법안은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면 법률로서 확정된다. 그러나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3분의 1 넘는 의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재의 요구된 법안의 의결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