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업 내년에 임금 대폭 올릴 것"…마이너스 금리 끝나나

2023-11-20 17:29
30년간 임금 제자리걸음
인플레·노동력 부족에 줄줄이 임금 인상

일본은행 [사진=연합뉴스]


일본 주요 기업들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임금을 대폭 올릴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임금 인상은 가계 지출을 늘려 소비를 활성화하고, 일본은행의 초완화적 통화정책 철회를 이끌 수 있다. 
 
기업 및 노조, 경제학자들은 내년 봄 임금 교섭에서 올해와 같은 큰 폭의 임금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봤다. 인플레이션 상승에 따른 비용 상승 압박과 고용시장의 노동력 부족 문제로 인해 2년 연속 임금이 오를 것이란 분석이다. 
 
주류·음료 제조업체인 산토리 홀딩스는 올해처럼 내년에도 월평균 임금을 7% 올릴 계획이다. 산토리 홀딩스의 니나미 다케시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디플레이션에서 인플레이션으로 패러다임이 크게 전환되고 있다”며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점을 고려할 때 (임금인상 등에서) 신속하게 움직이는 기업이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니나미 CEO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보험사인 메이지 야스다 생명보험은 내년 4월부터 직원 1만명의 연봉을 평균 7%, 전자제품 유통회사 빅 카메라(Bic Camera)는 정규직 4600명의 급여를 최대 16% 인상할 예정이다. 이러한 임금 인상은 기시다 총리의 압박 영향도 있다. 기시다 총리는 생활비 상승으로 인한 가계의 고통을 완화하려면 기업들이 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30년간 만성적인 디플레이션과 저성장으로 인해 평균 임금이 제자리걸음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혼란과 러·우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기업들이 소비자에 비용을 전가하자, 일본의 경제가 다시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특히 인플레이션이 일본은행의 목표인 2%를 1년 넘게 웃돌면서, 기업들은 전례 없는 임금 인상 압박에 직면했다. 야마다 히사시 노동 전문가 겸 호세이대학교 교수는 “만성적인 노동력 부족과 완고한 인플레이션으로 내년 임금 인상 수준이 올해와 유사하거나 더 높을 수 있다”고 봤다.

일본 최대 노동조합인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는 올해 임협에서 5% 안팎의 임금 인상을 요구했고, 그 결과 30년 만에 가장 높은 인상률인 3.58%를 이끌어 냈다. 서비스 부문 근로자와 시간제 근로자로 구성된 일본 최대 산별 노조인 UA젠센은 내년에 6%에 달하는 임금 인상을 요구할 계획이다. 앞서 UA젠센은 지난 3월 평균 5.28%에 달하는 임금 인상안을 얻어냈다.
 
로이터가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경제학자 10명 가운데 6명은 2024년 주요 기업의 임금 인상 수준이 올해 인상 폭을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다케다 아쓰시 이토추 경제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타이트한 노동 시장, 기업 이익이 결합해 임금 인상 모멘텀 유지에 순풍이 불 것"이라고 봤다.
 
정치권에도 임금 인상은 시급한 문제다. 인플레이션 급등으로 가계의 생활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은 바닥을 쳤다. 일본 정부는 과감한 임금 인상을 단행한 기업에 보조금과 감세 조치를 제공하는 식으로 임금 인상을 유도하고 있다. 
 
일본은행이 초완적 통화정책을 끝내기 위해서도 임금 인상은 필수다. 시장은 임금 인상 안이 명확해지는 내년 4월에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중단할 것으로 본다. 관건은 임금 인상이 중소기업과 지방기업으로 확대될지 여부다. 지난 10월 일본은행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임금 인상이 고르진 않다. 사이마타현에 있는 한 소규모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의 공장장은 “직원들이 인플레이션에 대처할 수 있도록 임금을 더 올려주고 싶지만, 2%가 한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