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극우 밀레이 승리 비결 '틱톡'…아르헨 젊은층 겨냥

2023-11-20 14:05
경제난에 저임금 시달리는 젊은 유권자 '지지'
中銀 폐지, 페소 달러화 대체 등 과격 경제 개혁 주장
"정치 지형·경제 정책을 뒤흔들 것…반중 친미도"

11월 19일(현지시간)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선 결선 투표에서 승리한 하비에르 밀레이 당선자가 연설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극우 아웃사이더’ 하비에르 밀레이(53·자유전진당)가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승리했다. 작은 정부와 급진적 경제 개혁을 외치며 젊은 층의 표심을 잡은 것이 승리 비결로 꼽힌다. 밀레이는 틱톡 등 소셜미디어(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유 만세, 젠장!(Long live freedom, damn it!)을 외치며 지지자들을 모았다.
 
19일(현지시간)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선 결선 투표에서 야당의 밀레이 후보가 승리했다. 선거관리위원회 당국은 개표율 약 95%를 기준으로 밀레이의 득표율이 55.78%, 경쟁자인 반미·좌파 여당 연합 후보인 세르히오 마사(51) 후보의 득표율이 44.21%라고 발표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우파 후보가 집권한 것은 2015년 마우리시오 마크리 전 대통령 이후 8년 만이다. 

140%를 웃도는 고인플레이션이 아르헨티나 경제를 짓누르는 가운데 밀레이 후보의 과격한 경제 개혁은 고용난과 저임금에 지친 젊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자칭 '무정부 자본주의자'인 밀레이는 중앙은행 폐쇄, 페소화 폐지, 정부 지출 삭감 등 과격한 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밀레이는 선거 운동 기간에 4500만명에 달하는 아르헨티나 국민 가운데 40%가 빈곤층으로 전락한 점을 지적하며 인플레이션 140%를 야기한 ‘금융 재난’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르헨티나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142.7%나 급등했는데, 이는 1991년 8월(144.4%) 이후 32년여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인플레이션은 9개월 연속 100%를 웃돌았다.
 
또한 밀레이는 “화폐 페소화는 쓰레기”라며 페소화를 달러화로 대체하겠다고 주장했다. 최종 대선 토론회에서 밀레이는 “나는 인플레이션이란 '암'을 근절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강조하며, 본인이 ‘경제 대통령’이라고 거듭 호소했다.
 
그는 비정규직 고용과 저임금에 분노하는 젊은 층을 겨냥하기 위해 틱톡, 인스타그램 등 SNS를 십분 활용했다. 밀레이의 틱톡 계정과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워 수는 각각 150만명, 360만명에 달한다. 그의 경쟁자 마사의 틱톡 계정 팔로워 수는 25만4000명에 그친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라틴아메리카 극우파의 디지털 전략가인 페르난도 세리메도가 밀레이의 고문”이라며 “페르난도 세리메도는 과거 브라질 선거에서 우파 자이르 보우소나루의 선거 전략을 짠 인물로, 보우소나루의 틱톡 팔로워는 550만명에 달했었다”고 전했다.
 
경제학자 겸 TV평론가로 활동했던 밀레이는 틱톡 동영상에서 “자유 만세, 젠장!”을 외치며 연설을 마무리거나, “강제로 뺏긴 돈을 돌려줘야 한다”, “정치적 계급이 두렵다” 등 유권자들의 분노를 자극하는 말들을 쏟아냈다. 
 
그러나 100명이 넘는 경제학자들이 밀레이의 경제 공약은 국가의 파멸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전문가들은 밀레이가 더 큰 재앙을 초래할 것으로 본다. 특히 좌파들은 밀레이의 장기 판매 합법화, 아르헨티나의 주요 무역 파트너국인 브라질과 중국과의 관계 단절, 12개 이상의 정부 부처 폐쇄 등의 공약을 우려한다.
 
일부 아르헨티나 유권자들은 이번 투표를 ‘차악의 선택’이라고 칭했다. 경제난을 야기한 페론주의 정당을 향한 분노를 밀레이에 대한 지지로 표출했다는 것이다. 밀레이의 경쟁자였던 마사는 현 정권의 노선 유지를 주장했다. 밀레이에 대한 지지만이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다만, 밀레이가 직면한 도전은 엄청나다. 아르헨티나의 정부 곳간과 중앙은행의 금고는 텅 비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440억 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 상환에도 차질을 겪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밀레이의 승리는 아르헨티나의 정치 지형과 경제 정책을 뒤흔들 것”이라며 “곡물, 리튬 및 수소 등의 무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밀레이는 중국과 브라질을 비난하며 ‘공산주의자들과 거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며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선호할 것”이라고 짚었다.